Minolta X700 / at Seoul Grand Park / Model by flic
그림과 사진은 많은부분 무척 닮아있다. 카메라가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 많은 화가들이 사진이 기존 회화에 끼칠 영향을 우려했었는데 그런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사진과 그림은 '따로 또 같이' 150년 이상을 존속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속될 것이다. 적어도 나의 영혼에서는...(캬호~ ^.,^)
계속되는 고리타분.. 놀라우리만큼 카메라가 많이도 보급됐다. 조리개, 셔터 스피드, 노출, 심도...무엇 하나 몰라도 이쁜 사진 찍는데 전혀 무리없는 시대다. 얼마 전 회사 동료가 그녀의 핸드폰사진(일명 '폰카') 목록을 보여준적이 있다. 참으로 대담한 사진들에 놀라웠다. 디지탈화 되지 않았다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느낌들이 거기에 있었다. 현상·인화의 단계를 거치지 않는, 필름값 아까운 줄 모르는... 모두에게 모델 이상의 '자유'를 안겨주고 있었다.
디지탈 카메라의 장점은 여기에 소소히 지적하지 못할 만큼 너무 많고, 모두 잘 알고있다.
그럼에도 난 디지탈 카메라가 없다. 앞으로도 딱히 갖을 마음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름의 취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막찍는 사진이 전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 그 찰라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기록해내기 위해선 많은 양의 샷이 필수에 가까움을 인정하지만 내 경험상 '많은 샷'이 꼭 '맘에 드는 샷'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계식 바디 Minolta X700의 느릿느릿 조절해서 찍는, 여유있게 찍는 사진이 훨씬 그 순간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고있기 때문이다.
모든 순간은 찰나의 시간일 뿐이다. 그 순간이 뇌에주는 충격의 강도와 상관없이 모든 사건은 빛의 깜빡임에 가깝다. -비록 감정적으로는 '매 맞기를 기다리는' 11분과 '사랑을 나누는' 11분의 길이가 같을 수는 없지만.
사진은 그 짧은 순간을 담아내는 작업이며 기록하는 행위이다. 아날로그(필름 카메라)는 어쩌면 인간의 기억과 비슷하다. 모든 순간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 순간이 다 기억되지는 않으며, 반대로 이미 기억된 이미지를 순식간에 지워낼 수도 없다. 디지탈 사진의 그 순간을 바로 평가해서 지워 없애는 행위를 난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럴듯하게 떠벌리면 뭐하나....
현상·인화비 없어서, 필름값 아까워서 사진을 못찍고 있으면서..;; ㅜ.,ㅜ;;
|
Trackback :: http://rockgun.com/tt/trackback/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