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 탓에 바이크를 버려두고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오늘이 그 첫날. 바이크보다 느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평소보다 40여분은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그럼 그렇지, 역시나 40분 씩이나 일찍 일어날리가 없다. 그래도 서두른 탓에 열심히 발을 놀린다면 지각은 모면할 정도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뛰다시피 걷고(-_-;;) 있었다. 터미널 역을 서둘러 빠져나오려는데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건다. "저기요..." 흘낏 쳐다봤더니 20대 초반의 청년. 움푹패인 앞니를 인상적으로 드러내며 어색하게 웃는다. 아는 후배인가 싶어서 눈짓으로 용건을 묻는다. "차비가 2000원인데 400원 밖에 없..." " 됐어...[ㅡ^ㅡ].....요!"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말꼬리를 자르고 돌아선다. '바빠 죽겠는데, 아직도 저딴 놈이 있나??'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는다. 내 인상이 그렇게 만만한 상이 아니다. 쉽게 얘기를 붙일 만하지 않다는 거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쉽게 건냈을까? 순진해 보이는 아줌마나 여학생을 상대로 하지 않고... 선수가 아직 아닌건가? ∑ @.,@ 헉;; 아차 싶었다. 혹시 진짜로 난처한 경우를 당하고 있다면 도와줘야 옳다. 바쁘더라도(어차피 지각이잖아 -_-) 다른 식으로 대처할 수도 있었을 거다. 뭐 핸드폰을 빌려준다던지 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생각이 짧았다. 아니지, 공중전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 돈으로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 혹시 전화를 받고 도움을 줄 가족이나 친구도 없는건가?. 아니야, 아니야, 여긴 터미널이다. 예전부터 터미널에선 저런 구걸행위가 많지 않았나. 아닌데, 어린놈이 옷도 말끔하게 입었는데....혹시 포주가 뒤에서?? 그렇게 발걸음은 멈추지 않은 채, 회사까지 오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론은 이랬다. '아니, 인상이 더러워서 남들이 말을 못 건낼꺼라는 스스로의 생각이 잘. 못. 된. 거잖아!!' 자격지심도 아니고 말이야... 처음부터 자꾸 틀린 질문을 하니까....-_-;; 날은 구릿하고, '출근길에 만난 남자'에 대한 '인상 나쁜남자'의 잡생각 때문에 지각을 했다는 얘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