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독립생활이어선지 이삿짐은 좀처럼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몇날 몇일 정리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벌려놓은 박스들로 방은 창고가 되어있었고 그 박스 속에서 흩어진 잡동사니로 방은 흡사 포탄이 떨어진 자리 같다. 겨우 잠자리와 출입문까지가 연결된 도랑같은 길이 만들어져 있을 뿐이었다.

"꼬옥 청소 못하는 인간들이 책장 앞에 서서 책 쌓는 순서만 정하고 있지. 일단 짐을 자리 잡아서 분류한 다음에 한 가지씩 정리하는거야!"

라는 초등학생 동생 '방학 계획표' 짜주기 같은 잔소리를 홍대박씨 (너나 잘하세요오~)한테 듣고서야 조금 정리가 되는 듯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박스는 방 한 쪽 구석에 남아있었고 어디를 둘러봐도 정리되지 못한 불안한 기운이 먼지처럼 돌아다닌다.

"따, 라라 라라라 라~ 라라 라라 라라라 라~"(올드보이 OST ' the last waltz'- 작자 주)

전화벨이 울린다. '천하미인'누님께서 두루마리 휴지 한 봉다리를 들고 집 앞에 서 계셨다. 구세주께서 재림하신거다. 모든 것은 비로소 이제부터 시작이다. 4컷 만화를 깔끔하게 다듬는 솜씨만큼 조곤 조곤 잔소리를 하는 폼이 역시 아줌마의 연륜을 느낄 수 있다. 방는 비로소 제 자리를 잡고 이사는 끝이 날 것이다. 역시 베란다가 깔끔히 정리되고 이것저것...

Σ@.,@;; "아니 누님!! 책은 왜 다 꺼내서??"

어느새 '천하미인'님은 독서 삼매경, 박스에서 흩어진 책들로 방은 흡사 두번째 포탄이 떨어진 자리 같다. -_-;;

"아! 이 책 재밌네. 내가 사진 찢어가면 안되나? 아참...동상 이사했으니께 장 볼것을 정리해주께"

그리곤 신이난 표정으로 바닥에 배깔고 누워서 열심히 무언갈 끄적거리더니 부욱! 찢어서 건내준다.


청소기 *하이타이(반드시 드럼용)bambam 빨래 건조대 빨래 비누 대야
-------------------------------------------------------------------------------
수세미 *퐁퐁 (퐁퐁 담는 용기)oopsmax 행주 주전자 *녹차zapzap 계란
양말 쟁반 접시 *때밀이 긴 수건일쭌 휴지통


알아서 하나 씩 사오기 바람. (*표는 담당자에게 할당 되었음)
같은 물품이 쌓이지 않도록 서로서로 잘 뿜빠이 상의해서 양손가득 넘치는 사랑을 표현하세요~


이삿짐은 이로써 자리를 잡을 것이다. 세간살이 마련도 함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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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쭌 2005/08/29 12:52 수정/삭제/ 댓글

    때밀이 긴수건 콜!

  2. zapzap 2005/08/29 13:06 수정/삭제/ 댓글

    녹차 콜!(당구장에서 열개정도 챙겨갈께)

  3. bambam 2005/08/29 13:47 수정/삭제/ 댓글

    드럼용 하이타이 콜!!(비싼가??음)

  4. 4등 2005/08/29 13:57 수정/삭제/ 댓글

    아 놔... 꼬물컴터 땜시 늦었다.

  5. akgun 2005/08/29 21:31 수정/삭제/ 댓글

    일쭌// 현재 스코어를 봐서 + 수세미가 할당 될 듯 보임.

    zapzap// 좋은 자세다. 역시 연륜을 느낄 수 있군. 근데 겨우 열 개??

    bambam// 아주 만족스런 결정이군요. 너무 싸지도 너무 비싸지도 않은, 형식을 차리기엔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4등// 도기군은 뭘로??


    자자! 서두르세요. 물건 동나기 전에...

  6. oopsmax 2005/08/30 01:08 수정/삭제/ 댓글

    아,, 저도 독립해서 이런 거 하고 싶어요,,
    근데 대개는 "퐁퐁"에 "퐁퐁 담는 용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나요?

  7. akgun 2005/08/30 01:12 수정/삭제/ 댓글

    아즘마의 연륜으로 조언컨데, 퐁퐁은 비닐팩으로 구입하고 따로 용기를 구입해서 사용하는게 좋다고...

    oopsmax님은 뭘로??

  8. 강산 2005/08/30 03:03 수정/삭제/ 댓글

    음,,, 난 당구비 함 내주지,,+.+;;

  9. 연이랑 2005/08/30 04:13 수정/삭제/ 댓글

    하나 빠졌네요....
    여자!

  10. akgun 2005/08/30 09:29 수정/삭제/ 댓글

    강산// 져주겠다는 얘기냐? 자근자근 밟아주마

    연이랑// 음...역시 마음 씀씀이가 다르시군요. 좋습니다. 연이랑님은 '여자' 할당됐습니다. 양손 가득 부탁드립니다.

  11. oopsmax 2005/08/30 09:56 수정/삭제/ 댓글

    저는 '용기'를 드리겠습니다.
    "퐁퐁 담는 용기" 말고,, courage, brave 이런 거요,,
    다른 건 다 집들이 선물다운데 양말은 좀 의외,,

  12. akgun 2005/08/30 10:21 수정/삭제/ 댓글

    '용기'로 시작해서 '양말'로 얘기를 끝내시는건 회피라고 보여집니다만...
    그렇다고 용기잃지 마시구요.

  13. oopsmax 2005/08/30 12:28 수정/삭제/ 댓글

    양말에 대한 해명 좀 해 주세요. 양말 없으세요? 맨발?
    음, 제가 드릴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 중.
    청소기나 빨래 건조대만 빼면 다 만만하긴 하네요. 으힛;

  14. akgun 2005/08/30 12:46 수정/삭제/ 댓글

    퐁퐁담을 용기조차도 없는 분한테는 해명할 생각이 없습니다.

    ...가 아니고 빨래를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하겠기에 최소 열 켤레는 있어야지 싶어서 말이지요.
    oopsmax님께서 제게 뭘 해줄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하실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남바쓰리면 충분합니다.

  15. 상원양 2005/08/30 14:15 수정/삭제/ 댓글

    주소불러! 어디야!

  16. 천하 2005/08/30 20:42 수정/삭제/ 댓글

    양말도 그렇지만 계란도 웃기다고 본다.
    언제 까르푸나 싹쓸이 지르러 가시지?

  17. akgun 2005/08/30 23:14 수정/삭제/ 댓글

    상원양// 일단 뭘 선택할지 부터 결정하고... 홍대 민토 앞에서 전화 때리렴

    천하// 웃기게 만든게 누군데 그래!
    까르푸 싹쓸이 좋다. 언제 복면쓰고 함 출동하자. 2인조!

  18. oopsmax 2005/09/01 06:19 수정/삭제/ 댓글

    *퐁퐁 (퐁퐁 담는 용기)oopsmax <= 악군님 앞에선 운도 떼지 말아야 하는가 봅니다, 흑. 지난번엔 하지도 않은(?) 청혼 얘기로 혼삿길을 막으려 드시더니만,,, 어디로 보내면 되어요? 주소를 불러 보아요. 쑥스러워서 차마 찾아갈 '용기'까지는. ("남바쓰리면 충분합니다." <= 이 말씀의 의미는 대체 -_-)

  19. akgun 2005/09/01 09:26 수정/삭제/ 댓글

    82-2-3477-0090(Ext.205)연결하시면 저희 요원이 응답할 것입니다. 우렁No.003이라고 신분을 밝히시고 조인 포인트를 넘겨받으신 후, 만나서 직접 전달해 주시면 됩니다.(이 글은 12시간 내에 자동 폭파됩니다.)

  20. oopsmax 2005/09/03 09:26 수정/삭제/ 댓글

    정확히 48시간이 지났습니다. 폭파 장치를 점검해 보시길...

  21. akgun 2005/09/03 10:13 수정/삭제/ 댓글

    폭발물 해체반이 바쁜관계로... 무서워서 접근 못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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