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어떻게 사랑허라고 말히야 헐랑가. 나도 잘 모르겄다. 그렁게로 옛날 야그나 하나 허께.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집에서 저 갱변에 오리들을 놓아 멕였어. 근디, 하늘을 날아댕기는 야생오리 떼가 말여, 우리 집 오리덜하고 어울려가꼬 물괴기도 잡아먹고 풀도 뜯어 먹다가 해 떨어지면 우리 오리들을 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거여.요즘 추노의 대사로 익숙해진 옛 말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한 황석영 <장길산>에 가득하다. 읽으면서 그 말들이 입속에 찹쌀떡처럼 찰지게 달라붙어서 좋았었더랬다.
그리가꼬 쭈미쭈미험서나 지금이라도 딴 디로 날아가야 허나 아니면 그냥 몰른 체하고 처마 밑 신세를 지면서 모이도 좀 얻어먹어야 스꺼나 허고 두 눈을 두리번거림서 우리 식구덜 눈치를 샐핀단 말이여. 우리 엄니가 그때마닥 말씀허시길, 야야 저 오리덜을 놀라게 허덜 말아라. 우리 오리 손님잉께로 하롯밤이라도 따땃허게 잘 쉬다 갔으먼 쓰것다잉, 허셨다.
실은 우리 엄니뿐 아니라 느네 할무니나 엄니덜도 다 그릿거든. 그리서 너그들도 자연을 똑 그맹키만 사랑허면 좋것어야. 근다고 맨날 오리만 불러들이지 말고, 말 못허는 바위도 강물도 풀도, 그리고 저 바까티 산날맹이도 사랑허고 말여.
그리가꼬 나 보고자프먼 너그들 우리 집까장 터덜터덜 걸어올 게 아니라 갱변에 나가서 물 흘러가는 소리를 오래오래 들었으면 쓰것어. 그리도 영 안 되긋다 싶으면 그냥 우리 집으로, 들오리떼 맹키로 찾아와도 좋고이!
그리고 그 말뽄새로 재미를 삼았던 어릴적 동네 어르신들이 떠올라 즐겁기도 했고...
언제부턴가 전라도 사투리는 거칠고 무지렁뱅이들이나 쓰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해서, 심지어는 전남 도청에서 '방송연예협회'에 진정서까지 제출할 지경이었더랬다. 내용인 즉슨 '우리 지역으 사투리가 숭악헌놈 아니믄 약헌자덜이 쓰는 말같치 그려징께 요거슨 문제다' 뭐 그런 다소 오바스런 짓이었더랬다.
그도 그런것이 맨날 두들겨 맞고 산 사람들한테 그정도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사실 호남방언이 좀 거칠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내 친구들이 쓰는 말들이 가끔은 '숭악허게' 들리기도 하니깐.
시인이자 선생님으로 오랜시간 섬진강을 지키셨던 시인의 말은 아무리 전라도 사투리를 깔고 들어도 조폭 교습소의 냄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단어, 어떤 억양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그릇에서 울려나오는가가 핵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