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사내들은 그렇다. 27번 도로를 돌아섰을 때, 녀석은 거기에 있었다. 어두운 조명아래의 좁은 테이블에 마주한 사내들은 허물없이 말을 튼다. 술이 몇 순배 돌기도 전의 일이었다. 취기와 호기가 섞인 묘한 뉘앙스로 건내는 말은, 새로운 인연의 트임에서 오는 부적응은 여성스러움으로, 쉽게 어깨를 치는 막말은 사내다움으로 서열을 구분짓는다. 그렇게 모여모여서 친구라는 이름을 갖는다. 시간이 지나도 뭐 하나 깊어질리 없다. 기념일을 챙기거나 마음을 전하는 행위 따위는 금기다. 무심함. 뻣뻣함. 그것이 사내들이 뭉치는 힘이다. 시간이 흘러도 뭐하나 깊어지는 게 없는 것 처럼 보인다. '해병대'나 '깍뚜기' 들과는 다른 집단이길 원하면서도, 선물을 건내는 행위는 내면 깊숙히 숨겨둬야 한다. 심지어 생일날에도 술값 계산 정도가 꽃과 케익을 대신한다. 물론, 생일빵 같은 것도 없다. 단 한 번도 인연을 만들려고 노력해 본 적이 없다. 관계의 발전에 관한 설계도따윈 없는거다. 그냥그냥 흘러가서 친구가 되어있고 여전히 같은 무리를 이루고 있을 뿐. 누군가를 갖기 위해 혼신을 다했던 적이 있던가. 있지. 이성의 관심을 뺏기위해서. 사력을 다하고 기운이 다해서 쓰러지기도 했었지. 그러나 저러나 인연은 흘러흘러 흩어지고 없더라. 사력을 다해 낚아챘건, 우연히 벌린 손가락 사이로 걸려 들었건 상관없이. 흩어질 인연은 흩어지고 무리지을 인연은 무리짓더라. 친구먹기에 너무 힘 쏟을 일 아니다. 그냥 설렁~설렁~ 그렇다고 친구.....들. 날 위해 준비한 선물을 접어두진 말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