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3/17 주방에 앉아서 (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늘을 빻고 있었다. 쿵.쿵.
작은 절구통에 방금깐 마늘을 잔뜩 채운채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앉아서 쿵!쿵!쿵!
팔이 아프다. 몇 번 내려 치지도 앉았는데 벌써 오른팔이 묵직하게 알 박히는 느낌이다.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몸에 힘을 빼! 매사에 그렇게 힘을 주고 사니 니가 살이 안찌는 거야."

그렇군... 살짝 내려놓기만 해도 잘 바스러지는 여리고 여린 마늘을
무슨 호두알이라도 되는양 바닥의 타일이 뽀개질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던거다.

분명 틀어놓은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 때문은 아녔을 텐데.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었고, 그걸 스스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유독 팔이 아프다. 힘 들어간게 많이 느껴진다.
운동부족인가?

분명 들고있는 절구공이의 무게 때문은 아녔을 텐데.


길에서 만나는, 어깨와 목, 가슴에 잔뜩 힘을 주고 101자 걸음을 걷는 사내들(겨드랑이엔 손가방끼고)
을 보면 무척이나 혐오스러워 했드랬다.(물론 속으로만)
'저런식으로 안 걸어도 될 것 같은데...'
그 모습이 싫어서 의도적으로 몸에 힘을 빼고 기운없는 것처럼 걷고는 했었었다.

사실 운동을 많이하면 활배근(겨드랑이쪽 근육)이 비대해지면서 팔이 몸에서 살짝 떨어지긴 한다.
그렇게 따져보니 가랑이 사이가 특별해서 11자 걸음으로도 모자르나 보다고 이해가 되긴 하다.

분명 그게 활배근처럼 헬쓰한다고 비대해지지는 않는 것일 텐데.


근데.... 혹시 내가 그런 거들먹거리는 모습으로 일상을 살고 있지는 않았나 걱정이다.
간혹 보면, 지독히 원망하던 대상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인생이 있지 않던가.
권위적인 상급자가 싫다던
바람피운 아버지가 싫다던
꼰대같은 노땅들이 싫다던
그 모습이 싫어서 그렇게 의식하며 반항을 했지만 결국은 자신도 그 모습을 떨치지 못하던 사람들.

나도 그랬던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이다.



분명 오페라와 마늘빻기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은 아녔을 텐데.... 자꾸 생각이 절구통을 벗어난다.
  1. BlogIcon 대마왕 2007/03/18 06:46 수정/삭제/ 댓글

    가부장적이라고 전에 포스팅에서 얘기하셨잖아요 >ㅂ<
    가부장적인 모습을 구성하는 원소가 권위와 보수(..)

  2. BlogIcon akgun 2007/03/18 15:38 수정/삭제/ 댓글

    // 과거는 잊으세요.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렸어요.
    지금은 새쵸롬악군으로 탈바꿈했으니 참고하세욥.

  3. 장금이 2007/03/18 17:53 수정/삭제/ 댓글

    마늘빻기달인의 두가지 조언.....
    1.비닐봉지에 마늘을 넣고 망치로 열라 때려준다.
    .
    .
    .
    .
    .
    .
    2.편의점 가면 다진 마늘 팝니다.

  4. BlogIcon akgun 2007/03/18 19:14 수정/삭제/ 댓글

    // 이런 쎈쓰쟁이!
    그.러.나. 여기는 편의점은 고사하고 대형마트에도 벗긴마늘도 안 판다고!

  5. 이쁜윤정 2007/03/20 10:15 수정/삭제/ 댓글

    태균옹이 요리하는 모습 상상이 않가요..
    ..
    글고 다진 마늘 사세요..저도 그거 써요..ㅋㅋㅋ

  6. BlogIcon akgun 2007/03/21 02:52 수정/삭제/ 댓글

    // 내가 칼질을 얼마나 잘 하는데...
    바로 윗 댓글에 마늘얘긴 있다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