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무섭게 흘러간다.
억지로 뜬 눈은 아무리 부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흐릿하기만 할 뿐, 밤사이 신경을 긁던 - 엉덩이가 붉은 피로 가득찬 - 모기 한마리 좇아 보지 못한다.
어기적 어기적 무릎걸음으로 홀애비 냄새로 가득찬 방에서 벗어난다.
구겨진 걸레마냥 싱크대에 기대고 앉아 벌컥 숨을 들이키는 정수기를 응시한다.
'물... 건강에 좋다는데.. 일어나자 마자 한 잔 마시라던데... 무병장수의 비결이라던데...'
생각은 불로초를 찾아 차마고도 그 어디쯤을 헤매고 있지만 몸은 여전히 구겨진 걸레;;
정신을 차리려 신문을 끌어다 읽는다.
언제쯤 이 익숙한 이름들을 활자에서 쫓아 낼 수 있을런지...
'지겹다. 지겨운 인간들...'
신문 몇 장 넘겼을 뿐이데, 벌써 한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그러기에 광고까지 읽을 필요는 없었던 거다.
배가 고프다.
까스레인지 위의 냄비를 열어본다. 차갑게 식은 콩나물 국.
대충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신다.
꼭.꼭.꼭.꼭.꼭 씹어 삼키라는 말은 조카랑 한 밥상에 앉았을 때의 얘기일 뿐.
후루루룩 마신다.
그런데도 벌써 시간은 정오
컴을 켜고 익숙한 페이지 몇 장을 클릭하고... 며칠째 미루던 그림을 그리다 보면... 벌써 밖이 소란스럽다.
8살 조카와 5살 조카가 3달짜리 강아지와 떠들고 있다.
해는 뉘엿하다.
조용히 그 한켠에 앉아서 녀석들의 응석을 받아주고 같이 저녁을 먹는다.
꼭.꼭.꼭.꼭 씹어 삼키라는 말도 잊지 않고...
양말 한 켤레 챙겨들고 헬스클럽에 들러 철덩어리랑 씨름하다 샤워하고 돌아오면 하루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 시간 참 무섭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