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전후. 지하철 3호선 수서행. 홍제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역끼지의 구간.

장마인 관계로 지하철로 출퇴근 중이다. 모처럼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루를 시작하게 됐는데...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 말고는 참을 만 하다. 지하철은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음악을 듣는다던가, 책을 읽을 시간이 조금은 생기게 되서 좋다. 거기에 최근에 PSP를 선물 받아서 출근 시간에 게임을 한다거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는게 다소의 즐거움이 되더라.

PSP 자랑같이 됐지만.. 실물의 상태를 보아야만 설명이 가능하니 참고 이겨내시라.
이것이 본인의 PSP다. 케이스가 씌워진 상태.

이것이 하드케이스의 뚜껑을 연 상태이다. 보시다시피 뚜껑이 반쯤 열린 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photo by dogy - 본인은 디지탈카메라가 없는 관계로 빠른 속보에 현장감있게 대응할 수 없다. 다소 안타까운 순간이다.


상황은 이렇다.
을지로입구 역에서 자리가 생겨서 앉아 올 수 있었다. 이런 편안한 자세의 출근시간을 놓칠 수 있나. (평소에 게임 할 시간도 부족하거든.) 해서, PSP를 꺼내서 무릎에 올려 놓고 뚜껑을 여는 순간 앞에 서있던 날씬한 아가씨가 뒤로 물러선다. 그것도 슬금 물러서는게 아니고 도망치듯 뒤로 물러서더니 나를 노려본다. 평소에 남의 시선을 잘 피하지 않는 탓에 그 아기씨와 자연스럽게 시선이 교차된다. 순간, 뭐 이런놈이 다 있나 하는 표정을 짓더니 출입문 쪽으로 가 버린다. 엄청 황당했다. 언젠가 내가 잘못했던 여자였나? 아니면 지금 내 몰골이 좀 이상한가? (오늘따라 안하던 왁스칠을 했더니...그게 신경이 쓰인다) 아니면 게임하는 남자를 혐오하는 수준인건가? (몰입하고 있으면 쫌 바보스럽긴 하다 -_-;;)
잠깐동안 여자의 행동에 마음을 쓰다가 다시 게임 로딩바에 시선을 옮긴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게임이 끝나고 나니 충무로 역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밀려타고 다시 내 앞쪽에 이쁜 아가씨가 선다. 손잡이를 쥐고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내 무릎위에서 반쯤 열린 반짝이는 기계가 움직이자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옆 사람 뒷쪽으로 숨는거다.
이건 또 무슨 경운가.?!
멍하니 남자뒤에 숨은 여자의 시선을 쫓아보려고 갸웃거린다. 뭐지? 분명 자크는 잘 잠겼는데. -_-;;

그 빈자리에 다른 여자분이 서더니 같은 시선으로 잠깐 내 무릎위를 의심스런 시선으로 내려다 보다가 안심한 듯 그냥 서 있는다.

아! 내가 도촬하는 것으로 보이나 보구나...-_-;;
지하철 치한.(쿠쿵~!)

열심히 기어변속하려고 오른쪽 트리거를 누르는 모습이 촬영하는 모양처럼 보이는 거구나. 거기에 반짝이는 하드케이스가 반쯤 화면을 가리고 있어서 의심은 더욱 커지는 데다가, 평소에 썬글라스를 줄창 끼고다니는 탓에- 완존 검은색은 아니지만, 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시선을 가리는 그냥 썬그라쓰인거다.- 더욱 음흉하게 보일지도...
거기에 바보같은 표정...이었겠지 -_-;;


비약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 노골적으로 당해서(?) 확신이 드는거다.
나, 아침부터 지하철 치한한테으로 당했어! ㅜ.,ㅜ;;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건 좀 아니다. 이땅의 여성분들이 이렇게나 피해의식이 심하다는 건 좀 문제다. 아니지, 내가 황당한 건
"내 어딜 봐서 내가 몰카나 찍을 놈으로 보인다는 거냐!!!!!!!!!"

남들이 찍은 몰카를 가끔 보기는 하지 -_-;; ( 수요가 공급을 낳는다는 법칙에 의하면 보는 것 만으로도 죄가 되긴하겠군)
그렇지만 너무 억울해. 내가 쫌 무섭게 생긴건 인정하지만 야비하게 생기진 않았잖아!
...라고 생각하는데...
당신들! 아침부터 나한테 상처입혔어! ㅠ.,ㅠ;;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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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w 2005/06/30 13:05 수정/삭제/ 댓글

    앗. 도기 홈피에 올랐던 psp, 스크랩 한줄 알았더니 악군것이 었군... 으흠. 게임 소프트는 많은가? 요즘 외로운 남성에게 psp 선물을~... 유행인가보네. 하기야 보아하니 남(?)친에게 받은듯 한데(자네 성격상 이벤트에 공모할 성격은 아니고)... 뭐 어쨋든 부러우이. 난 psp 프레젠테이션 용으로 이용하고 있다우. 겜 소프트나 좀 빌려줘.

  2. BlogIcon akgun 2005/06/30 18:04 수정/삭제/ 댓글

    역시 알~부자는 다르군. 알 모아서 PSP를... 더욱이 그걸로 게임 안 하고 프리젠테이션용으로 쓴다니.......... 내가 졌네;;

  3. BlogIcon bellbug 2005/06/30 19:07 수정/삭제/ 댓글

    얼굴보고 화가 난거 아닐까요?

  4. BlogIcon YaMooYa 2005/06/30 19:08 수정/삭제/ 댓글

    더헛! 저는 또 치한을 발견했다는 얘기인 줄 알았..;; 아아 psp 부러울 따름입니다;ㅁ;!!!

  5. BlogIcon dogy 2005/06/30 23:49 수정/삭제/ 댓글

    허.. 진짜 알부자 유노씨.. 안 가진게 없어요.

  6. BlogIcon 연이랑 2005/07/01 00:39 수정/삭제/ 댓글

    psp를 못알아 보는 그 처자가 더 신기하네요
    하하...그러니까 너무 상처 입지 마세요.

  7. 홍대박씨 2005/07/01 02:03 수정/삭제/ 댓글

    흠...내가 보기엔 분명히 이건 생각해볼 뭔가가 있어.
    썬글라스낀 키큰 변태!
    이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구.. 잘생각해봐. 세상에 나이 서른다섯살먹은 덩치는 산만한 남자가 지하철에서 게임을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냐고.. 반짝이는 거울로 속옷이나 훔쳐보려거나 도촬을 하려는 간큰(여기서 간큰은 외관 뽀다구를 믿고있다고 유추해볼수있음)치한으로 밖에 안보인단말이지.. ㅎㅎㅎ 그니까 그냥 덩치작고 나이어리고, 순수하게 생긴 내게 그 작은 요물단지를 싸게 넘기더라고~~

  8. BlogIcon akgun 2005/07/01 09:32 수정/삭제/ 댓글

    bellbug// 그게 지금 위로야??
    YaMooYa// (대소문자가 헤깔려요 ㅜ.,ㅜ;;) 제목을 'PSP뽐뿌'로 할 수는 없었어요.
    dogy// 그르게 말이야. 진짜 황금알 낳는 거위라도 있는거 아닐까?
    연이랑// 하하... ㅜ.,ㅜ;; 때려주세요.
    홍대박씨// 썬글라스낀 키큰 변태! ...라. 오늘 좀 맞자. 흙 나올 때 까정;;

  9. zapzap 2005/07/01 09:36 수정/삭제/ 댓글

    박사장은 psp의 가치를 잘 몰라...내가 10만원에 산다!

  10. BlogIcon akgun 2005/07/01 09:51 수정/삭제/ 댓글

    zapzap 역시 네가 가치평가에, 세상물정에 조금 눈 떴구나.
    2년 5개월 후에 거래성립.

  11. bambam 2005/07/01 09:59 수정/삭제/ 댓글

    10만 천원~ 콜?

  12. BlogIcon spitart 2005/07/01 10:01 수정/삭제/ 댓글

    즐거운 소식 하나!

    다들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psp 와 일본의 모든
    성인소프트가 대응되어 발매된다고 하더군요.
    (법적규제가 없다나 뭐라나~)
    형님 혹시 이번에 일본 오는 목적이...
    린수옹과 같이 오는것 보면 더욱 확신이...
    (그럴줄 알고 장소 미리 물색해 놓았음)

  13. BlogIcon akgun 2005/07/01 10:17 수정/삭제/ 댓글

    bambam// 통을 좀 크게 가질 필요가...
    spitart// 흠...이로써 "'성인용품구입'을 목적으로 filc과 akgun이 일본 원정에 나선다!" 라는 얘기가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건가?
    난감할쎄~

  14. 일쭌 2005/07/01 11:24 수정/삭제/ 댓글

    성진..
    그얘기는 psp유저들에겐 뒷북인 흘러간 뉴스...
    내가 볼땐 악군이 노랭이 선글래스 끼고 머리 헝클어뜨리고 지하철에 앉아서 거울같이 생긴 PSP들고있으면 바바리맨과 다름없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곤해..

  15. BlogIcon akgun 2005/07/01 12:53 수정/삭제/ 댓글

    아주 이분들께서 물을 만나셨구만.
    평소에 그런식으로 대접했던거였어? 좋아. 오늘부터 막나가 보실까.
    (당신들 몰카를 기대해~)

  16. zapzap 2005/07/01 14:53 수정/삭제/ 댓글

    일쭌씨,때굴,린쑤.. 조만간 전철에서 만나 나란이 앉아서 니드뽕한판 땡겨보라. 다음날 디씨 힛겔은 따논당상.

  17. BlogIcon akgun 2005/07/01 18:44 수정/삭제/ 댓글

    여치모(여성을 사랑하는 지하철 치한들의 모임)이라도 결성하란 말이냐?
    웃대에 올리면 추천 꼭~
    추천 안하면 손꾸락이 오그라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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