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게 천둥이 치고 있었다. 야근으로 바쁜 손길을 접고 서둘러 짐을 챙긴다. 비가 내리기 전에 집에 도착하지 않으면 길 위에서 바이크와 함께 말 그대로 '비 맞은 쌩쥐'꼴이 되는거다. 전화벨이 울린다. " 어디야? 안 오고 뭐해!? " " 콜~!" 짧은 한 마디로 퇴근은 홍대로 정해진다. 비 맞을 걱정은 이미 머리에서 떠나버렸다. 하늘에선 여전히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라도 하는 건가? 왠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거지?' 지은 죄가 많으니 하늘의 노기에 심기가 불편하다. 마포에 들러서 필름 맡기고 홍대 에이스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0분. 헬스장 빼먹고 당구장에서 운동이라니.. 오늘따라 공이 지지리도 안 맞는다. 헬스비 거져 나가지, 당구비 나가지, 공 안 맞아서 스트레스 받지. 이토록 비생산적인 일임을 뻔히 알면서도 막대기로 공 찌르기에 여념이 없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죽이 잘 맞는거지. 농이 통한달까.(끄덕 끄덕) 남들은 재미 없어도 지들끼리 신나게 웃어 줄수 있는...(정 선생 말마따나, 우리끼리 모여서는 장가가긴 글렀다. -_-;;) 그 와중에 bellbug는 연재하러 갔다............~가 두 시간만에 한 편 끝내고 다시 당구치러 왔다 -_-;; 대단하다.(짝짝짝) 이쯤에서 접었어야 했다. 당구장에서 접었어야 했다. 두 게임으로 만족해야 했다. 새벽 1시에 당구장을 나섰을 때 바로 집으로 들어갔어야 했다. 월요일이다. 출근이 여섯시간 후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러기엔, 이대로 돌아서기엔 우리의 애정이 너무 깊다. -_-;; 사내 넷은 그렇게 당구장 앞에 서서 비비적비비적 헤어지지 못하고 아쉬움 가득한 눈길은 애처롭게 서로의 몸을 "쐬주 한 잔 하자!" 코 앞에 집을 둔 bellbug의 결단에 이끌려 (사실은 '소주 900원' 이란 프랭카드에 이끌린 거지만) 월요일부터 달려~ 가 시작된다. 갖은 농과 filc의 추태로 인해 ....<중략>.....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땐 bellbug의 작업실 붉은색 카펫 위다. 어지럽게 *보드게임이 널려있고 그 위에 어지럽게 동전들이 흩어져 있다. 다시 그 위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흩어져 있다. 흠칫 놀랐으나 다행이도 서로 부둥켜 안고있진 않았다. -_-;; 우리의 애정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것이다. 머리가 띵하다. 머릿결은 더 띵하고 몰골은 말이 아니다. 주름져 축 처진 청바지, 군데군데 녹색 초크가루가 선명하게 찍힌 흰면티도 쪼글하니 볼품없다. 속은 쓰리고 눈꺼풀은 무겁다. 이 몰골에도 지각하지 않고 회사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오늘만은 안된다 요놈들아~!! 라고 다짐해 보지만, 그 악마의 유혹에서 오늘도 쉽게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
*보드게임- 2색 4무늬 13숫자로 이루어진 서양에서 유래된 신사들의 친목도모용 카드게임(역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