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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가 맞지 않아서 기차역에서 한동안 서성인다. 어떤 기차도 떠나면 오늘 중으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도착한 곳에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기차의 시간표가 맞지 않는거다. 어디로 향하든 상관없었다. 계획없는 발걸음은 그곳에 발이 닿으면 한 나절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서 늦은 저녁 기차를 타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어쩐지 발걸음이 쉬 돌아서지지 않는다. 역 대합실밖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 한 개피를 피운다. '시간은 상관없다. 목적은 어디에 도착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기차 여행" 이지 않았던가' 두 시간의 텀이있는 가까운 라차브리행 표를 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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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말에 떠났던 청량리발 춘천행 완행 열자가 생각난다. 작은, 이름없는 역에도 친절히 정차하던 그 시절의 운치있던 비둘기열차. 나이많은 어르신들은 마주보고 앉아서 고스톱을 치고 젊은이들은 의자 팔걸이에까지 걸터 앉아서 장발족 오빠가 튕겨주는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입가에는 벌써 [춘천가는 기차]가 흘러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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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지쳐있었나봐 / 쫓기는 듯한 내 생활 / 아무 계획도 없이 / 무작정 몸을 부대어 보면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 어딘고 하니 춘천행 / 지난 일이 생각나 /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춘천가는 기차는 / 나를 데리고 가네 / 오월에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 끝없는 철길 위에 / 초라한 내 모습만 / 이 길을 따라 가네 그리운 사람 / 그리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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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가득 뽀얗게 서린 / 입김을 닦아 내보니 / 흘러가는 한강은 /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 술 한 잔 마시고 싶어 / 저녁 때 돌아오는 /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춘천가는 기차는 / 나를 데리고 가네 / 오월에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 끝없는 철길 위에 / 초라한 내 모습만 / 이 길을 따라 가네 그리운 사람 / 그리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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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차브리. 기차는 예정 시각보다 25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덕분에 두 시간 동안의 투어를 예상했지만 시간이 빠듯해져서 간단히 식사만 해결하고 펩시콜라('콕'이란 코카콜라를 의미하는 줄안다)를 시켜놓고 남은 시간을 보낸다. 이곳 사람들이 25분 늦어진 기차에 아무런 불만이 없듯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기차가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고 떠나버리진 않을까 걱정이다. 덕분에 30분 일찍 역에가서 기다려야 하게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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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어딜가든 적당히 소나기에 젖을 마음정도는 있어야 한다. 때가 우기가 아니라해도 몇 분정도 쏟아지는 비는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이 정도의 고생(?)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며칠정도의 계약으로 자동차를 렌트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성능이 검증된 유명한 자동차 회사의 것으로 고르는게 좋겠지. 폼도 나고 말이야. 여행의 돌발 변수를 생각해서 4륜구동정도면 안성맞춤이겠다. 물론, 경비는 10배 이상이 더 들겠지. 무엇보다 기차여행의 낭만, 삼등열차의 운치 역시 포기해야할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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