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07:45
세번째 알람이 울리고서도 이불속에서 10분을 더 보낸다.
늦도록 마신 술과 쉴새없이 피워 물었던 담배탓에 입안이 텁텁하다. 몸은 기지개를 켤 만큼의 힘도 남아있지 않은 듯 보인다. 이불속에 그대로 드러누워 알람 때문에 끊긴 몽선(夢善)이와의 로맨스를 다시 잇고 싶지만, 나이어린 회사 직원들의 눈총이 따끔따끔 떠올라서 스물스물 몸을 움직여 본다.
텁텁한 입과 숙취의 갈증도 없앨겸 냉장고를 열어보지만 문짝에 들어있어야 할 물이 싱크대 위에서 밍밍하게 데워진 채 놓여있다. 어젯밤 들어와서 마시곤 거기 두었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물로 목을 축인다. 너무 차가운 것보다는 밍밍한게 이도 시리지 않아서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 거울 속엔 이제는 한껏 중년의 분위기가 물오른 남자가 서있다. 턱을 치켜들어 상대에게 거만을 떠는 그 모습이 낯익다. 거울 속 사내는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까슬한 턱을 한번 부벼본다.
'면도는 내일하자'
습관적인 동작으로 이를 닦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 머리모양을 살핀다. 칫솔질 하지 않는 노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보기도 하고, 결을 갈라 머릿속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가닥을 잡아서 부벼보기도 한다.
'머리도 내일감자!'
웩웩거리는 토악질을 헤대며 이를 마저 닦고는 세수를 한다.
옷장속에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옷을 다시 어수선하게 뒤적이며 입을 만한 옷을 찾는다. 스타일이나 디자인따위는 안중에 없다. 너무 구겨져있지는 않은지, 세탁은 잘 되었는지 만이 중요하다. 특히노총각 홀애비 냄세는 가장 신경 써야할 부분이다. 옷을 탈탈 털고 페브리즈를 이곳저곳 뿌리고는 코를 킁킁거리며 확인한다. 그러고도 못 미더운지 현관문을 나서기 전에 진한향의 스킨을 과하다 싶게 덜어서 바른다.
오후 12:30
회사에서의 시간은 지리하게 흐른다. 그렇다고 할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들러 볼 웹싸이트가 얼마나 많던가. 그조차도 지루해지면 로그인 되어있는 여자후배를 골라서 말을 걸어보기도 할 수 있고 말이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지고서는 일에 조금 손을 댄다. 그게 모양새가 좋다. 그정도의 연륜, 그정도의 눈치는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메신저 창을 열어 오늘의 멤버들에게 장소와 시간을 맞춘다. 퇴근 후의 일정관리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약속은 구체적 합의일 뿐이다. 굳이 약속을 정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되면 멤버는 다들 그곳으로 알아서 모여들테니까.
저녁 19:40
오후의 회사 시간과 다르게 퇴근 후, 이제부터는 시간이 빠듯하다. 밥 먹기위해 이동할 시간도 아까워서 당구장 한켠에서 자장면을 시켜먹는 것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먹는 그 순간까지도 ㅤㅋㅠㅅ대는 놓을 수 없으며 상대의 공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려는 눈빛은 자장면을 입에 넣으면서도 날카롭게 빛난다
멤버는 활기가 넘친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깬 이후에 가장 왕성한 모습이다. 쾌활하고 힘이 넘치며, 총명해진 머리에서는 갖가지 유머가 활발하게 생산된다. 계산대 앞에서 당구비 문제로 조금 옥신각신 하는 것 말고는 이들은 더없이 즐겁다.
당구장 앞에서 한동안 서성인다. 자정이 되려면 아직 한두 시간정도가 남았고 이대로 헤어지기에도 조금 섭섭한 감이 남았다. 어쩐지 자정은 되어야 내일을 준비할 마음도 생기는 거다. 성질급한 한 명의 발길을 좇아서 익숙한 술집으로 향한다.
술을 놓고 앉은 사내들. 뇌는 아직 활발하게 움직인다. 최근의 이슈가 되고있는 '만화 쿼터제 논쟁', 'APEC과 그에따른 한국의 국가적 위상의 변화 추이', 아마존에서 자행되고있는 '무분별한 벌채로 인한 지구 환경변화'...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들, 당구장에서 생산해 냈던 유머들이 다시금 재생산된다. 몇 잔의 술이 돌고 취기가 오르고서야 뇌구조는 서서히 피로쪽으로 감각을 옮겨놓는다.
어느샌가 알람이 울린다. 5분이 지나고 다시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아직 의식은 몽롱하다. 세 번째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정신이 조금 깨어난다. 그러고서도 이불속에서 10분을 더 보낸다.
다시 챗바퀴 하루가 시작된거다.
flic!
"flic, 김인수!! 생일 축하한다."
세번째 알람이 울리고서도 이불속에서 10분을 더 보낸다.
늦도록 마신 술과 쉴새없이 피워 물었던 담배탓에 입안이 텁텁하다. 몸은 기지개를 켤 만큼의 힘도 남아있지 않은 듯 보인다. 이불속에 그대로 드러누워 알람 때문에 끊긴 몽선(夢善)이와의 로맨스를 다시 잇고 싶지만, 나이어린 회사 직원들의 눈총이 따끔따끔 떠올라서 스물스물 몸을 움직여 본다.
텁텁한 입과 숙취의 갈증도 없앨겸 냉장고를 열어보지만 문짝에 들어있어야 할 물이 싱크대 위에서 밍밍하게 데워진 채 놓여있다. 어젯밤 들어와서 마시곤 거기 두었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물로 목을 축인다. 너무 차가운 것보다는 밍밍한게 이도 시리지 않아서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 거울 속엔 이제는 한껏 중년의 분위기가 물오른 남자가 서있다. 턱을 치켜들어 상대에게 거만을 떠는 그 모습이 낯익다. 거울 속 사내는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까슬한 턱을 한번 부벼본다.
'면도는 내일하자'
습관적인 동작으로 이를 닦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 머리모양을 살핀다. 칫솔질 하지 않는 노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보기도 하고, 결을 갈라 머릿속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가닥을 잡아서 부벼보기도 한다.
'머리도 내일감자!'
웩웩거리는 토악질을 헤대며 이를 마저 닦고는 세수를 한다.
옷장속에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옷을 다시 어수선하게 뒤적이며 입을 만한 옷을 찾는다. 스타일이나 디자인따위는 안중에 없다. 너무 구겨져있지는 않은지, 세탁은 잘 되었는지 만이 중요하다. 특히
오후 12:30
회사에서의 시간은 지리하게 흐른다. 그렇다고 할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들러 볼 웹싸이트가 얼마나 많던가. 그조차도 지루해지면 로그인 되어있는 여자후배를 골라서 말을 걸어보기도 할 수 있고 말이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지고서는 일에 조금 손을 댄다. 그게 모양새가 좋다. 그정도의 연륜, 그정도의 눈치는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메신저 창을 열어 오늘의 멤버들에게 장소와 시간을 맞춘다. 퇴근 후의 일정관리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약속은 구체적 합의일 뿐이다. 굳이 약속을 정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되면 멤버는 다들 그곳으로 알아서 모여들테니까.
저녁 19:40
오후의 회사 시간과 다르게 퇴근 후, 이제부터는 시간이 빠듯하다. 밥 먹기위해 이동할 시간도 아까워서 당구장 한켠에서 자장면을 시켜먹는 것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먹는 그 순간까지도 ㅤㅋㅠㅅ대는 놓을 수 없으며 상대의 공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려는 눈빛은 자장면을 입에 넣으면서도 날카롭게 빛난다
멤버는 활기가 넘친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깬 이후에 가장 왕성한 모습이다. 쾌활하고 힘이 넘치며, 총명해진 머리에서는 갖가지 유머가 활발하게 생산된다. 계산대 앞에서 당구비 문제로 조금 옥신각신 하는 것 말고는 이들은 더없이 즐겁다.
당구장 앞에서 한동안 서성인다. 자정이 되려면 아직 한두 시간정도가 남았고 이대로 헤어지기에도 조금 섭섭한 감이 남았다. 어쩐지 자정은 되어야 내일을 준비할 마음도 생기는 거다. 성질급한 한 명의 발길을 좇아서 익숙한 술집으로 향한다.
술을 놓고 앉은 사내들. 뇌는 아직 활발하게 움직인다. 최근의 이슈가 되고있는 '만화 쿼터제 논쟁', 'APEC과 그에따른 한국의 국가적 위상의 변화 추이', 아마존에서 자행되고있는 '무분별한 벌채로 인한 지구 환경변화'...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들, 당구장에서 생산해 냈던 유머들이 다시금 재생산된다. 몇 잔의 술이 돌고 취기가 오르고서야 뇌구조는 서서히 피로쪽으로 감각을 옮겨놓는다.
어느샌가 알람이 울린다. 5분이 지나고 다시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아직 의식은 몽롱하다. 세 번째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정신이 조금 깨어난다. 그러고서도 이불속에서 10분을 더 보낸다.
다시 챗바퀴 하루가 시작된거다.
f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