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할 나이가 되니 적령기가 지나니 결혼식에 참석할 일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보통의 경우는 정장을 입고 참석하지만 가끔은 라이더 복장을 한채 식장에 들어 갈 때가 있다. 시간에 늦어서 바이크를 타고 가야할 경우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정장이 싫어서 이기 때문이다.

검정색 가죽점퍼에 술이 달린 검정가죽바지 - 챕스라고 하는 카우보이들이 하체 보호를 위해 입던 가랑이 부분이 트인 옷-

요렇게 생겼다.

거기에 웨스턴 부츠 그리고 다소 긴 염색한 머리까지.

하객들은 이런 내 모습에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내 가족친지분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어떤때는 아예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까지 하시더라. 이런 분위기에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그것이 보편적인 사회통념일테니까. 그래서 나도 조사에는 웬만하면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참석한다. 남의 슬픈일에 이슈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말이다.

문제는 정장이 아니면 안된다(틀리다)와 다른 걸 입을 수도 있다(다르다) 라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 데에서 발생한다. 사회적 통념과 '다르다'는 맞지만 사회적 통념과 '틀리다'는 틀리다.


스무살 시절엔(군생활을 제외하고) 온통 긴 머리였는데 이유는 단순히 자르기 귀찮아서였다. 그게 나에겐 오히려 편해서 였던 탓이다. 그 모양으로 시골집에 내려가면 동네 어르신들의 불만에 시달려야 했다. 보통은 "머리가 그게 뭐냐, 댕기 땋아라" 식의 농담을 건내시는 정도였지만 간혹 완고한 분들한테 잡혀서 설교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이 가르침이란 누구나 유추 가능한 '남자라면 단정한 짧은 머리' 라는 것이 주요골자다. 그러면 난 속으로 항상 다른 생각을 하곤했다.

'어르신의 할아버지께서만 해도 긴 댕기머리에 상투를 트시는게 당연했고, 아버지세대만 해도 "머리를 자를바엔 목을 자르라" 하시던 세대의 분이시라고요'

물론 고지식한 어르신께 대드는 꼴이 되겠기에 입밖으로 ㅤㅂㅐㄷ어내진 못했지만.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아서 이젠 정장입는 것이 예를 갖추는 복장의 기본이 됐다. 이 놀랍도록 빠른 사고의 전환이 왜 정장이 아니면 안된다(틀리다)라는 사고에서는 진척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이 보편적인 사회통념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가죽점퍼 안에 넥타이맨 와이셔츠를 숨겨 입는 애교-_-;; 정도는 보이니 말이다. 더해서 내가 입고 있는 복장이 남들을 자극할 것이고, 그에따른 불편한 시선, 싫은 뒷담화가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그것을 감당하는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굳이 최근 논란이 됐던 블로그 미니스커트 사건에 왈가불가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점에서 신해철의 논조에 동의하는 바이다.



이곳 17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곳에 야외 풀장이 여러개 보인다. 오늘 베란다에 나가있는데 그중 한곳에서 비키니를 입은 아가씨가 긴 의자에 누워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모든 것은 수용의 문제이다. '틀리다' 라는게 아니라면 나와는 '다른' 무엇도 수용가능한 일이다.

가볍게 손 흔들어 주는게 무슨 문제라도 된단 말인가.


오해를 무마시키는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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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미루키 2005/11/18 17:34 수정/삭제/ 댓글

    오~ 챕스라는 거 처음 알았어요.
    상당히 민망한 아이템.. ㅎㅎ

  2. BlogIcon oopsmax 2005/11/18 19:31 수정/삭제/ 댓글

    음,, 낯익은 사진들,, "짜랑"은 혹시 '짜잔'의 귀염어(語)?; 재롱도 참,,
    2시간이라... 일은요?
    정장이 싫으신 이유는 '안 어울리기 때문'이겠죠? 흐~ (농담)

  3. BlogIcon akgun 2005/11/18 21:19 수정/삭제/ 댓글

    미루키// 실재로 보면 전혀...민망해요. -_-;; 아주 많이

    oopsmax// 돌아 돌아서 이곳까지 흘러들었지요.
    "짜랑"은 돈 떨어지는 소리거든요. 보셨으면 입금을 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동전으로...
    정장이 싫은 이유는 짧은 머리와 군복이 그러하듯 너무 잘 어울려섭니다. (아님 말고~)

  4. 2005/11/19 02:30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5. BlogIcon akgun 2005/11/19 18:57 수정/삭제/ 댓글

    비밀 댓글// 곱빼기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6. BlogIcon 연이랑 2005/11/22 02:25 수정/삭제/ 댓글

    만화그리는 사람들...결혼식에 정말 프리하게 입고 옵니다.
    지지난주에 결혼식에도.참..많이들 프리하게 입고들 왔지요.^^

  7. BlogIcon akgun 2005/11/22 13:34 수정/삭제/ 댓글

    저도 이바닥이야 잘 알고있지요. (사실은 저도 그래서 저러고 다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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