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온지도 한 달이 되어간다. 4계절이 없이 한국의 여름같은 날씨만 지속되는 탓에 딱히 '가을의 우수'를 느낄 겨를도 없지만, 저녁 늦게나 msn으로 나누는 대화는 여러가지 감정에 빠지도록 할때가 있다. 아무리 무감한 사람이라도 나라 떠나 타향살이 하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듯이 매일 티격거리며 지내던 놈들도 떠나있으니 살짝 그리웁다. 그렇다고 '보고싶다' 라는 말을 쉬 꺼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친구놈들한테 "보고싶다"라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족까고 술이나 한 잔 하게에~(홍대 박씨)" "미친거야?(bellbug)" "나 여자생겼다(flic)" "쿠하하하, 잘나가던 김실장이 이게뭐야~(zapzap)" "어여 와라, 당구나 치자(jamsan)" 일게 뻔하기 때문이다. -_-;; 그렇다고 여자친구(말 그대로 칭구)들한테 '보고싶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별 것 아닌 이 그리움의 표현은 어쩌면 '사랑한다' 라는 말보다 더욱 난해한 대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 까딱 잘못하다간 말 한 마디만으로 예상치 못한 너무 큰 댓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바람둥이 쉐끼" 라거나 "응, 기다릴께" 여도 문제이지 않은가. '보고싶다'라는 감정이나 '졸립다' 라는 감정이나 내 안에 있을 때에는 별 문제가 없다. 둘 다 무언가 부족해졌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현상이 아닌가. 곁에 있던 대상이 한동안 멀어져 있으면 자연스레 '보고싶다'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이며, 잠을 오래 안 자면 자연스럽게 '졸립다'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 아닌가말이다. 혼자 있으면 별의 별 잡스런 생각을 다 하게된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라곤 '졸립다' 일 뿐이며, "가서 쳐자"라는 대답을 듣게 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