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이었던가, 재수를 점심쯤 부터 자정까지 일하고 가게 한켠에 붙어있는 탈의실겸 직원숙소에서 같이 일하던 두 명의 남자와 기거하며 지냈는데, 그 중 한 명은 전혀 기억에 없고 마른 체구에 퍽이나 허풍떨기를 좋아하던 한 살 나이가 많았던 남자애만 기억에 남아있다. 이 녀석을 기억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한 달 반쯤을 같이 일하고 어느정도 그곳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영업이 끝나고 모여서 한 잔 하고 있었다. 낮에 손님으로 왔었던 같은 또래의 여자애 몇 명도 같이 어울려서 마시고 있었던 것 같다. 사건의 시작이 어땠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아마도 서로의 출신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가 보다. 녀석이 나를 보더니 대뜸 아주 껄끄러운 태도를 보인다. 이전에 자기가 만났던 남자가 전라도 출신이었는데 뒷끝이 아주 안 좋았댄다. 그 얘기가 어떻게 난장판 싸움까지 이어졌는지 역시 기억에 없다. 다만, 그 시절의 내 난폭함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 칵테일 바의 반 이상이 망가졌고, 내 몸 이곳저곳이 깨진 병에 찢겨있었으며 퍼뜩 정신을 차리고 흥분을 가라앉히던 내 모습이 떠오르는 것으로 봐서는 말이 싸움이지 싸움이라기 보다 내 일방적 폭주에 가까웠었다. 그 이후로 그 녀석이 내밷었던 "전라도 출신은 뒷끝이 안 좋다" 라는 말이 각인되어있다.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언제나 끝이 날 즈음이면 습관적으로 다시 한 번 돌아 보게된다. 그리고 좋게 끝나지 않으면 마음이 무겁다.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마지막에 헤어진 그녀 말고는 여전히 다들 연락을 하며 지낸다. 관계가 어떤식으로 서로의 기억에 남았든 난 누군가에게 나쁜 기억으로 끝이 나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것 같다. 나 스스로 그것이 좋은 모습인지 아닌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뿐더러, 그럼에도 몇 번의 나쁜 결말이 있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