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시간으로 새벽 2시10분. 자다가 깨어났다. 좋지 않은 몸 상태와 몇몇 신경을 자극하는 일들이 잠을 설치게 하더니 기어이 세 시간을 못채우고 일어나고 만다. 목이 칼칼하고 사지가 뻐근한 것은 초기감기 증상이기도 하지만 무리하게 달린 탓이 크다. 예전에 '무리하게 달렸다'라고 하면 밤새 데킬라 한두 병 비웠나 보구나, 어젯밤에 홍대에서 침좀 뱉었냐? 할 얘기였지만, 범지구적 탈민족적으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반영해 볼작시면 징말 기냥 '달린거다' 두 다리 파닥파닥 거려서 몸을 앞으로 빠르게 이동하도록 하는 그 행위 말이다.
전날 몇 시간 자지도 못해서 피곤한 상태였지만 찌부둥한 몸은 운동으로 풀자라는 마음에 달렸다. 기분도 꿀꿀하고 말이야. 근데 이놈의 날씨가 안 도와 주시더라. 땡볕이 어찌나 강한지 영화 '땡볕'의 정사씬이 바로 옆에서 벌어진다고 해도 관심조차 없겠다. 첫 바퀴부터 '그만...그만...그만'을 되뇌이며 뛴다. 도대체 이짓을 왜 하나, 왜 하고있나, 왜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채 1km도 뛰지 않았는데 생기게 되더라. 그런 컨디션이었던거지.
한 바퀴 3km. 거기서 그만 뒀어야 했다. 무슨 상금이 걸린 일도 아닌데, 이미 다리는 풀리고 숨이 껄떡껄떡 넘어가는데....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 보면 내 다리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한 놈씩 앞으로 나왔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그냥 멈추면 되잖아. 그만 두자구! 아까부터 그만두고 싶었던 거잖아! 근데 뛰고 있단 말이지. '저기 코너까지는 뛸 수 있겠는데....' '아직 힘이 남아있는 것같은데...??' 결국, 처음 출발할 때 마음 먹었던 거리에 도달 할 때 까지 쉬지 못한다.
목이 칼칼한 이유를 알겠다. 마지막 두 바퀴를 달리는 게 어찌나 힘이 들던지 숨을 쉴때마다 "으~ 으~" 하는 신음 소리를 뱉어낸 까닭이다. 목이 상할 법도 하지.
12km정도를 달린 것 같다. 마라톤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우수운 얘기다. 겨우 12km뛰고...
근데, 3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안 이후로, 살짝 욕심이 났던 '내가 많이 뛰나 네가 적게 뛰느냐' 따위에는 관심이 사라졌다. 그저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 마음 먹었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딱 그 만큼만 달리면 되는거다.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