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적응하기 힘든 냄새였다.
그 근원이야 다양하겠지만
첫째 이유는 지저분하게 방치된 수로들이다.
도시 곳곳에 수로들이 많기도 하고
그 수로에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며
불교권 문화답게 수시로 물고기 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물은 거의 흐르지 않는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
□..1
이곳 사람들이야 그 강에서 (동물의 시체가 떠 내려가는) 수영을 하고
거기 사는 물고기(보시로 밥 준)를 잡아먹고 살아가지만
놀러온 뜨네기 손님들한테야 좋은 모습일리 없다.
□..2
이렇게 대규모 관광산업이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수로정비만 조금 신경쓴다면
훨씬 더 보기 좋은 나라가 될텐데... 하는 생각을 쉽게 했더랬다.
근데 조금 살아보니 그도 쉬워보이진 않터라.
□..3
물은 많고 넓은 평지(기차로 서너시간은 가야 산이 보이는)에선 물을 빼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뭐 낙차가 있어야 한쪽으로 흘러 빠질 것 아닌가.
□..4
나 어릴적 동네에 상당히 오래되고 멋스러운 한옥이 있었다.
"정각"이라고 부르던 곳으로 집이라기 보다 옛 관청건물이었는데
나름 유명한 영화 TV 촬영지였다.
관리를 위해서 평소엔 닫혀있고 여름에만 잡깐 문을 열어 놓았었는데
담을 넘어들어가 귀신놀이하며 놀기 그만이었다.
□..5
그 옆쪽으로 못이 하나 있었는데 원래는 연꽃피던 운치있는 곳이었지만
서서히 동네의 공공 쓰레기장으로 변하더니
지금은 매립이 되어 깔끔한 주차장이 되었다.
청소보다는 매립이 쉽고, 덕분에 연꽃피는 못은 이제 없다.
□..6
그 뒷쪽으로 냇가가 있었는데,
여름에는 미역 감거나 천렵하기 좋았고 겨울에는 얼음 위에서 놀기 딱 좋은 곳이었다.
중학생이 되던 시절, 지역에 늦은 경지정리 바람이 불어서
강을 넓히고 논을 바둑판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더랬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하는...
□..7
늦은 새마을 운동의 혜택이라도 받는 분위기여서 나름 잘살아 보세~ 분위기 였던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그 고향에 내려간다.
이제는 마을 앞으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려서 오가기 참 편해졌다.
□..8
네모난 논들.. 그 옆으로 쪽 뻣은 길.
넓고 반듯해진 강, 마을앞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그런데, 그곳이 참...
□..9
아직 거기 사시는 분들이야 오직 농사일 뿐인 그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을 극복할 길이 열리는 (가능성?) 모습이겠지만..
내 보기엔 그리 좋아진 것 같지 않더라.
넓어진 강 중앙으로 물이 겨우 흐르고 있었고 태반이 고여 썪어 있었다.
정각 옆으론 포장도로가 뚫려 먼지 가득한 이정표가 쓰러져 기와 담에 기대어 있었고
오래된 비석앞을 신형 SUV가 가로막고 서 있었다.
가끔 은어가 올라오던 구불구불하던 그 냇가는 지금은 강이 되었지만 강이란 이름의 하천일 뿐...
□..10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자연은 그 위에 자신의 새로운 길을 만들려 애쓰고 있었다.
과연 자연이 그 인공건축물을 품에 안는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게 될까.
□..11
몇년전 본 잡지에 하천과 뻘에 관한 특집 기사가 있었는데,
인류 역사상 유일한 성공적인 운하 사업은 기원전에 있었던 중국의 대운하 사업 뿐이라고 하더라.
어쩌면 그때의 기술력은 자연을 헤칠 수준이 못 되었던 건지도 모르지...
□..12
이들은 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들은 행복해 보인다.
그래도 쓰레기는 쫌 -.,-;;
* by akgun * Minolta X-700, Canon Eos630 * film scan *
- Meet the people you are going to photograph and establish a rapport before you begin shooting.
사진 찍기 전에 먼저 친해지라.
Jim Richardson (National geographic)
Trackback :: http://rockgun.com/tt/trackback/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