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와 당시 그의 분신과도 같았던 훌리오 카사레스는 일다와 한집에 살던 여류시인 루실리아 벨라스케스가 주최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받았다. 조촐한 파티가 끝나자 에르네스토는 훌리오가 밤 시간동안 일했던 서점으로 함께 갔다. 모두들 들떠 있는 크리스마스 밤에 훌리오를 혼자 있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다가
책을 덮고 전화를 건다.
"데낄라 살테니 나와라"
잠시 뜸을 들이던 녀석이 한숨을 쉰다.
"피곤하다. 걍 집으로 와라"
"집은 무슨...나와! 홍대로 가자. 쏜다니깐."
"자리나 있겠냐? 크리스마스 이브, 모두 쌍쌍질인데..."
" -_-;; 허..허긴;;"
아무래도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그래, 어찌 너라고 우울하지 않겠냐.
이 계절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음은 열리고
서로를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으로 무장한
저 많은 쌍쌍바들....
휴~ 나도 우울하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진탕마시고 26일 아침에나 눈 뜨자던
그 냄새나던 쏠로혈맹들은 다 어데로갔단 말이냐. 커흑;;
현관문을 열어주던 녀석은 애써 눈을 피한다.
덥수룩하니 길은 수염이 전화속 목소리와 교차되어
진한 우울이 밀려오는 기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가 내품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창을 뚫고 스며드는 방.
찬 바람소리에 실려서 귀에익은 캐롤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자리에 앉는 나에게 마실 것을 건낸다.
"이오"다.
요쿠르트 이오.
두 남자는 그렇게 앉아서
할말없는 무거운 기분을 요쿠르트로 삭힌다.
빨대 꽂아 쪽-쪽-
그래도 따듯한 방에 앉아서
캔맥주 나눠마시는 맛은 괜찮았어
새로 구입했다는 대형 모니터로
새로 다운받은 엑박 게임을 즐길 때 까지는 말야.
그리고 그 고화질 모니터로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를 볼 때 까지는 말야.
문제는 그 써글 "귀신이 산다"를 봤다는거지.
닭 백여마리를 와이어 줄에 매달아서 촬영하던
그따위 트레일러를 봤을 때 눈치 챘었던 거였는데.
전혀 코믹하지 않은 코믹영화를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이 스며드는 방에 누워서 보고 있자니
막 우울해 지는거지
잠시 잊었던 우울이 막;막; 밀려오는거 아니겠냐고.
그래도 그대로 그렇게 쓰러져 잤어야는건데
25일을 꿈과함께 흘려버리자던 마음의 약속이 떠올라
털래털래 집으로 돌아왔던거지.
스물네시간을 녀석과 뒹구는건 너무 가혹하겠기에...
새벽송은 없고 방황하는 커플들만 가득한.
끈끈한 연인들의 덜 식은 열기를 홰치며...집으로.
크리스마스에 만들어본 습훼샬 특집 지아이에푸 애니메숑.
크리스마스는 보냈으나 아직은 연말.
놀아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