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지하 작업실에서 생활할 때에 종종 가위에 눌리곤 했었다.
피곤한 몸으로 눅눅한 방에서 잠들면, 묘령의 여인이 발밑에 쓰윽 나타나서는 사다꼬처럼 아주 천천히 몸 위로 올라탄다. 그리곤 머리 위에서 무표정하게 내려다 보며 내 눈을 응시하는거지. 그 검고 쾡한 눈이라니... 몸을 움직여서 벗어나 보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이미 그녀에게 사지가 붙들려서 꼼짝도 할 수 없다. 가볍게 양 어깨에 손을 얹힌 것 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던 그 무기력함. 주변의 사물이 정확히 인지되고 내 누운 자세까지도 뚜렷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오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어쩌지 못하고 당하는 그 공포감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발악을 하다가 겨우 악몽에서 벗어난 후에도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하고 다시 잠들기도 두렵던 그 찝찌름한 기분.
그런데 공포영화도 익숙해지면 무덤덤해진다던가? 가장 마지막 가위에 눌렸을 때에는 그마저도 덤덤했다. 잠시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함이 느껴질 뿐 그건 더이상 공포가 아니더라. ......'또냐? 그냥 적당히 하고 가라~'........ 라는 심정. 이후로는 자다가 깨어나 식은 땀을 흘리지도 않으며, 누군가 건드려서 깬 것처럼 잠깐 뒤척이곤 다시 돌아누워 잠들면 그뿐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위는 사라졌다.
그러던것이 어제 다시 자다가 벌떡 일어설 정도로 무서운 악몽을 꿨다. 어쩌면 꿈이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쇼파에 들어누워 막 잠이 드는 듯 싶었는데, 머리맡에서 아주 낮은 목소리로
"태균아~"
라는 날 부르는 한 마디가 들린다. 아버지의 익숙한 목소리...
그런데 그 한 마디가 어찌나 리얼하고 복잡미묘하게 들리던지 벌떡 일어난 후에도 100미터를 전력질주한 것처럼 숨이 가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두려움.
서둘러 집에다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안부,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다. 무당의 신끼가 내렸을리도 없고, 별일이 있을 까닭이 없다. 아무런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여전히 숨이 가쁘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
알 수 없는 묘령의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퀑한 눈을 희번득거리는 것 보다는
이제 이런일들이 훨씬 무섭고도 두렵다.
피곤한 몸으로 눅눅한 방에서 잠들면, 묘령의 여인이 발밑에 쓰윽 나타나서는 사다꼬처럼 아주 천천히 몸 위로 올라탄다. 그리곤 머리 위에서 무표정하게 내려다 보며 내 눈을 응시하는거지. 그 검고 쾡한 눈이라니... 몸을 움직여서 벗어나 보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이미 그녀에게 사지가 붙들려서 꼼짝도 할 수 없다. 가볍게 양 어깨에 손을 얹힌 것 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던 그 무기력함. 주변의 사물이 정확히 인지되고 내 누운 자세까지도 뚜렷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오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어쩌지 못하고 당하는 그 공포감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발악을 하다가 겨우 악몽에서 벗어난 후에도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하고 다시 잠들기도 두렵던 그 찝찌름한 기분.
그런데 공포영화도 익숙해지면 무덤덤해진다던가? 가장 마지막 가위에 눌렸을 때에는 그마저도 덤덤했다. 잠시 움직이지 못하는 답답함이 느껴질 뿐 그건 더이상 공포가 아니더라. ......'또냐? 그냥 적당히 하고 가라~'........ 라는 심정. 이후로는 자다가 깨어나 식은 땀을 흘리지도 않으며, 누군가 건드려서 깬 것처럼 잠깐 뒤척이곤 다시 돌아누워 잠들면 그뿐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위는 사라졌다.
그러던것이 어제 다시 자다가 벌떡 일어설 정도로 무서운 악몽을 꿨다. 어쩌면 꿈이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쇼파에 들어누워 막 잠이 드는 듯 싶었는데, 머리맡에서 아주 낮은 목소리로
"태균아~"
라는 날 부르는 한 마디가 들린다. 아버지의 익숙한 목소리...
그런데 그 한 마디가 어찌나 리얼하고 복잡미묘하게 들리던지 벌떡 일어난 후에도 100미터를 전력질주한 것처럼 숨이 가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두려움.
서둘러 집에다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안부,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다. 무당의 신끼가 내렸을리도 없고, 별일이 있을 까닭이 없다. 아무런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여전히 숨이 가쁘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
알 수 없는 묘령의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퀑한 눈을 희번득거리는 것 보다는
이제 이런일들이 훨씬 무섭고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