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Andre Gagnon - Rio Non-Stop /
영월을 출발한 이후에 하늘은 더없이 뜨거운 태양 뿐이다.
태백은 고산지대여서 한여름에도 서늘함을 느낀다던데,
꼭 그렇지만도 않나보다.
그래, 내 바이크 복장이 좀 덥긴하다.
- 사실은 '좀' 이 아니다. 누가 한여름에 겨울용 가죽자켓을 입는단 말인가.
태백까지 단숨에 달리기엔 날이 너무 덥다.
마침 사북역이 보인다.
몸도 식힐겸, 사북이라는 이름이 주는 독특함에 끌리기도 해서 들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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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대는 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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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근처의 역들은 대부분 보통의 역과는 좀 다른 모양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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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답게 역마다 탄을 실어 나르기 편하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는거다.
정확히는 탄광의 시설이 역 한켠(선로)에 연결되어있다는게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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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을 실어나르기 위해서 대기중인 듯한 열차들이 보인다.
모두 옆구리에 큼지막한 번호를 달고 서있는,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열차들 뿐이다.
거기에 검은 분칠을 하고 있어서 더욱 쓸쓸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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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엄청난 양의 탄들이 이 선로를 타고 이동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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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따가운 햇살은 좀처럼 가실 줄을 모른다.
그래도 사북역 뒷편을 큼지막하게 차지하고 있는 탄 공장(인 듯한) 건물에 관심이 생겨서
둘러보기로 맘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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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을 건너 돌자 '동신산업' 인가 하는 이름의 꽤나 규모있는 탄광 시설이 보인다.
직원용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도 몇동이 놓여있고 부지도 상당히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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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며,
그 뒷편으로 탄으로 보이는 검은 돌의 산이 보인다.
이 검은 산은 도대체 땅에서 캐 내어 쌓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석탄산이었는데 덮인 흙과 나무를 걷어낸 상태인건지 아직 모르겠다.
이 시설물이 한때는 이 사북이라는 동네를 먹여 살리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다.
그 정체가 궁금해져서 좀더 올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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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밖으로 그곳에는 번듯한 건물이 올라 서 있다.
'강원랜드' 다.
연료로써의 탄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탄광산업은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든다.
그 탄을 생산해 내어서 대부분의 수익구조를 형성했을 태백일대는 더불어 힘을 잃는다.
사람들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막막함 뿐이다.
그런 태백에 돌파구를 마련해 주기위한 움직임 중 하나가
일대를 관광자원화 하는 것이다.
원래의 태백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관광자원을 이용해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거기에 더불어 '카지노' 라는 눈 먼 돈이 넘쳐나는 사업장을 만들어서
일대에 금전유통을 늘린다는 계획인거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정선 카지노
'강원랜드' 다.
뭐, 내막이야 좀더 복잡할 수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그것이 탄으로 보이는 검은 산의 뒤에, 그 위에 떡하니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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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를 돌아서 그 검은 산위로 올라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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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은 생각보다 단단해 보인다.
그리고 색도 생각보다 검지 않다.
탄이 아닌 것 같다.
나중에 듣게 됐지만, 이 검은 돌덩이는 탄이 아니고
탄을 생산하면서 나오는 잡석같은 거란다.
전혀 쓸모 없는 건 아니고, 씨멘트를 만드는 원료여서 씨멘트 공장으로 실어 가게 된단다.
그 돌들이 산처럼 쌓여있으면....
도대체 얼만큼의 탄을 캐 내었다는 얘기지?
그럼 이 밑은 이만큼이 텅 비어 있다는 얘기인 거지??
흠...;;
조금 불안해진다.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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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바보스런 생각을 하며, 검은 산 위에서 내려다본 사북.
내려오다가 용기를 내어서 카지노 한 판;;
...이었으면 색다른 얘깃거리가 됐겠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용기를 내어 탄 공장(?) 의 입구로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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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하시는 분이 어떻게 왔냐고 물으신다.
위 아래를 꼼꼼히 살피는 눈이 날카롭다.
하긴, 시끄러운 바이크에 가죽자켓, 커다란 카메라 가방, 가죽술이 요란한 바지까지...
누구라도 경계심이 생기는게 당연하다.
"음... 어떻게 이 아저씨를 구워 삶아서(?) 탄광내부를 엿볼 수 있을까"
일단, 선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_______^;; (씨익~)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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