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Radiohead - Fake Plastic Tree /


철암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은
한창 공사 중이어서 울퉁불퉁한데다가 흙 먼지까지 가득하다.
거기다가 먼지를 가라앉히려고 물을 뿌리며 가는 차량탓에
바이크 운전은 더욱 힘들다.
질퍽한 땅 때문에 바이크 꼴도 엉망이 되어버린다.
흙탕물을 뒤집어 쓸까봐서 속도도 내지 못하고
조심히 운전을 하는데 뒤에서 짚 한 대가 쫒아온다.
비켜주려 깜빡이를 켜고 물러서도 추월하지는 않고 천천히 쫒아오기만 한다.
이상해서 돌아보니
추전역 역장님이시다.
댁이 철암이어서 퇴근하는 길에 날 발견하신 거다.

여행에서, 길에서의 인연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남는다.

따라오라는 손짓에 고개로 답하고 짚 뒤에 붙는다.







역장님을 쫓아 처음 들른 곳은
아이들 공부방이다.







역장님의 애들도 여기서 공부 중이었지만,
대부분은 힘들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료로 운영하는 곳이란다.
선생들은 여름방학 시간을 쪼개서 봉사하러 온 대학생들.







애들이랑 선생님들이랑 모여서 라면을 끓여 먹는 중...







같이 드시라고 권했지만 끝내 거절 했다. (꼴깍;;)
대신 씨~원한 얼음이 가득한 냉커피를 얻어 마실 수 있었다.
- 참고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몸은 커피를 안 마신다.
그럼에도 여행 중에 권하는 커피는 단 한 잔도 사양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가 안 마시는 "커피" 이기 이전에
목마른 나그네를 위해 우물가에서 건내는, 버들닢 띄운 물 한 바가지와 같은 것이기에...

캬하~ 좋타!!







역장님은 바쁘시다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내 앞을 앞서가며 철암역의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를 안내해 주신다.
(다음에 꼭 들르겠습니다. 역장님)







철암역 주변 전경.
이곳 역시 탄광과 거기에서 생산되는 탄을 실어나르는 기차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다.
철암역 뒤로 산처럼 쌓인 폐석들이 보인다.






장난감 자동차 처럼 보이는 타이탄 트럭.
'반지의 제왕'에서 성벽을 오르는 외길 처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에서 소년이 오르던 길처럼
지그재그 놓여있는 길을 힘겹게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트럭들...







왼쪽에 살짝 보이는 포장 덮힌 부분은 저탄장(실제의 탄) 이고 오른쪽 노출되어있는 부분은 폐석이다.
둘 다 엄청난 양이다.







촬영하고 있는 곳은 철암역 맞은편, 강 건너에 있는 폐건물 촌이다.
한때는 탄광인부들로 가득했겠지만,
지금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들어가 보기도 힘들었다.








산길로 이어진 옥수수 밭이 정겹긴 하지만...







살았던 흔적은
흔적으로만 남는다.







더 이상 대문일 수 없는 문들...







더 이상 대문일 필요가 없는 문들...







바람을 막을 필요도
빛을 가려줄 필요도 없다.








한때의 기상은 이제 필요 없게 된것인지.








둘러봐도 을씨년 스럽기만 하다.







그 생명력이 다하지 않았음에도






고려장 처럼 버려진 것들...



















그래도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무료 집짓기 봉사단들이 한창 옛집을 새집으로 탈바꿈 하는 공사 중이었다.
여기에도 대학생 자봉단들이 함께였다.
기특한 것뜰;;
쭈쭈바라도 사주고 오는건데 낯가림이 심한 탓에 ㅡ.,ㅡ;; (핑계다)








철암은 이런 독특한 풍경들이 있다.
강을 끼고 있는 부분에 집을 이어 지었달까.
철암만이 아니고 태백일대의 강가에는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주거 형태였다.





























가운데 제일 높이 보이는 창이 애들 공부방이다.
애들이 쉬하나 보다 ㅡ.,ㅡ;;














철암을 마지막으로 태백여행은 끝.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여행을 다녀온지 거의 한달이 지난 때이다.
그럼에도 태백은 여전히 또렿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세련된 사람들
화련한 야경
감각적인 색채
그 어떤 것도 태백에는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그곳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때까지 그곳이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에 갈 때는 늘씬한 모델이랑;; ㅡ.,ㅡ;;













돌아오는 길에 비를 쫄딱 맞았다.
젖은 바이크와 나는 버스정류장에서 쉬기로 한다.







기차는 비를 가르며 편히 갈길을 간다만
나는 물에 빠진 쌩쥐꼴을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한다.







그래도 바이크 여행이, 기차여행이 주지 못하는 무얼 주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 태백이야기 [거기 그곳] /
/ lomo LC-A , eos 630 , X-700 /
/ kodak gold 200 , Fuji reala 100 / film scan /
/ by akgu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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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kgun 2004/10/22 21:38 수정/삭제/ 댓글

    spitart
    제가 정말 꿈에 그리던 곳입니다.
    어렸을적 동해고속 국도를 타고 지나가며 보았던 곳을 어서빨리 가보고 싶네요.

    토요일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

    사진 Good!!! 입니다.
    밑에서 4번째 사진의 색감은 작살이네요 ㅎㅎㅎ 2004-09-03
    .................................................................................
    akgun
    저 강가의 집들은 작년 태풍이었나? 강원도 물난리 났을 때.
    그때 저기도 많이 유실됐다고 하더군;;
    높은쪽 건물들은 그래도 다리가 길어서 피해가 덜 했는데
    맞은편은 다 쓸려간 탓에 지금은 새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

    늘씬한 모델 이란 네가 될 수도 있겠다.
    포즈 연습 좀 해라. 2004-09-03
    ................................................................................
    하이짱
    오늘도 사진 잘 보구 가여~
    오라버니 덕에 가보진 못했지만 ..아니..
    아마 가보았다 하더라도 지나쳤을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게 해줘서 넘 좋네여~
    고마워여~~^^
    저두 저 밑에서 4번째 사진 강춥니다!!...ㅋㅋㅋ 2004-09-03
    ................................................................................
    천하
    좋은 여행하고 왔네.
    보는 나도 색다른 여행을 하고 온 듯.

    난 언제 태워줄거냐구~?! 2004-09-03
    ................................................................................
    akgun
    마감 5개인 분이 시간을 내셔야지 저한테 언제냐고 물으시면 어쩝니까.?!
    아!
    바이크는 어떤 정신나간 놈(쉐끼 라고 쓰고 싶다)이 펑크를 내서 - 포장까지 씌워두는데도 그런 짓을 하는 놈(쉐끼 라고 쓸 뻔;;)은 도대체 어떤 정신상탠지;; - 병원에 가 있습니다.
    뭐 내일이면 다시 말끔해져서 퇴원 하겠지만요.
    /하이짱! 보고 좋다고 느껴주면 나로써도 다행;; 2004-09-04
    ................................................................................
    연이랑
    주거 형태가 정말 독특해요 만화 같아요
    사진 사진 마다 해설이 더 작품입니다. 2004-09-04
    ................................................................................
    akgun
    맞습니다. 만화같아요.
    다른 삶의 모습이 쭈욱 놓여있다는게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지요.
    뭐... 그 안에 사시는 분들한테는 적적한 표현이 아니겠지만요.
    좀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을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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