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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풀리고 기분도 조금 발랄(발라당)해지고 해서 두 달 여만에 바이크의 덮개를 풀었다. 구석구석 먼지 앉은 모습이 조금 안쓰러웠고 우려했던만큼 타이어가 짜부러 들지는 않았다.
우람한 소리가 머플러 끝으로 터져 나온다. 묵은 먼지라도 토해내는 모양이다. 복장을 갖추고 역삼동까지 투어다. 기름은 15마일 정도 여분이 있어 보인다.
오랜만의 라이딩은 즐겁다. 아직 몸이 덜 풀린 녀석은 힘을 모았다 푸는 듯 조금 멈칫 거린다.
무악재 고개를 넘어 독립문, 충정로 고가를 지나서 시청 앞, 명동을 지나서 1호 터널, 한남대교를 건너서 논현동, 강남... 완연한 봄이다. 손끝 조차도 시려움을 못 느끼겠다.
샵에서 빠진 바람 좀 넣어주고 다시 출발, 약속 장소인 홍대로 향한다.

강남역을 지나면서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에게 후까시 한 번 당겨주고 신호등을 막 지나는 순간. 녀석이 퍼석 거린다. 스로틀을 당겨도 점점 엔진 소리가 잦아든다. 이런, 콱 막힌 도로 위에서 엔진이 멈춘다.
아무리 스타터를 눌러도 다시 살아날 기미가 없다. 꽃~~ 쪽팔리다 -_-;; 힘겹게 밀어서(300kg) 도로 밖으로 빠져 나간다. 게이지는 아직 10마일 정도는 더 달릴 수 있어보이는데...
'아차! 마지막 주유할 때 양이 적었었나 보구나!'
주유한게 오래 전이어서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말 그대로 "엥꼬" 당해서 길에 멈춰 선거다. 날은 풀리고 기분은 업 되어서 지갑도 안 챙겨 나왔단 말이지. -_-;;
이곳 저곳 전화를 한다. 도와 줄 사람은 생각보다 없다.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할 일이다.
겨우 겨우 엘룐과 연결이 된다. 역시 같은 처지여야만 도움도 받을 만 하다. 이래서 끼리끼리 뭉치게 되나보다.
엔진 오일통에 기름 한 통 들고 나타난 까만 헬멧의 엘룐녀석이 어찌나 반갑든지, 오늘만큼은 니가 흑기사구나. 원샷~!! (이게 아닝가?)
기름을 넣었더니 이번엔 시동이 안 걸린다. 기름 없는 채로 너무 스타터를 낭비 했더니 베터리가 나갔나 보다. 큭;;
엘룐 바이크랑 쩜프시도....까지는 좋았는데 이번엔 퓨즈가 나가 버린다. 미쳐 미쳐 미쳐어어어.
(후에 이 얘기를 했더니 "꽃이다(꼬시다 라고 읽어야 함)" 라고 즐거워 했던 flic놈이 생각난다. 그 때 죽였어야 했어)
없는 공구로 겨우 바이크를 뜯어내고 이곳 저곳 전화해서 겨우 퓨즈 박스 찾아내고, 엘룐 바이크에 여분으로 있던 퓨즈를 고생고생해서 꺼내고 그거 다시 옮기고 쩜프했더니 엘룐 바이크가 시동이 안 걸리고... 아주 고생. 날도 아직은 겨울이라고 2시간 동안 교보생명 사거리에서 덜덜 떨었다. 아주 그 자리에 공업사라도 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고 있는데 누군가가 지나가다 고생하는 그 꼴을 지켜보고 섰다. [파이팅 바람이][RPM]만화가 김종한작가 셨다. 라이더인 그와 엘룐이 안면이 있었는데 지나던 길에 알아보곤 위로를 ㅜ.,ㅜ;;

날은 풀리고 맘도 풀렸지만... 아직은 봄이 아니다.
좀더 봄맞이 준비가 필요한 거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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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아 | 봄이 오면 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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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이랑 2005/03/11 01:49 수정/삭제/ 댓글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기는건 아니죠-_-??
    너무 불쌍했을것 같아요 ㅎ..ㅎ

    (꽃피기 시작하면 나도 남산에 가봐야지.)

  2. akgun 2005/03/11 02:57 수정/삭제/ 댓글

    자주 생긴다면 정말 곤란하죠. 익숙해져서 고생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면 정말 난감하겠는걸요. 하긴, 생각해보면 바이크 때문에 난처했던 일이 적지는 않군요.

    정아 손 잡고 남산에 오르는 모습도 좋은걸요. 요란한 바이크를 만나더라도 놀라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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