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서 발표한 fps 게임 '워락'이 표절 의혹으로 떠들썩 하다.
아니, 이미 표절이네 아니네 정도의 선이 아니라, "넥슨 또 표절한거야??" 라고 단정하고있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넥슨의 표절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기 쓰려고 하는 이야기는, 워락의 시스템의 문제도 아니요, 분위기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이 포스터.

'워락'의 공개된 포스터.
넥슨 퍼블리싱, 개발사는 드림익스큐션.
탱크앞에 무력한 연인.
남자캐릭이 고개 들고 하늘에 포효라도 했으면 더 좋았을...



문제가 된 사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내전을 기록한 사진 이라고 추정됨.


얼만큼이나 똑같게?..


그럼 도대체 이 얘길 왜 꺼내는 건데??

그러나,
그럼에도...
이번 표절문제는 단순히 이미지를 카피했다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전에 TV를 보고 있는데 놀라운 광고가 있었다. 무슨 보험사 광고 같았는데.., 911테러 현장의 모습이 그대로 편집되어있었다.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지고 먼지 구름이 일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경악하는 모습. 그리고, "모두가 뜨거운 순간에도, 차가워져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라는 카피가 흘러 나온다. 남들이 흥분해 있어도 자신들은 차분이 사건에 대응하겠다는 컨셉인가 보다. 잘 만들어진 광고는 아녔지만 상당히 충격적이었달까.

난 반미주의자다. (기존 한국의 정서가 맹목적인 과친미였던 탓에 "양약 싫어" 정도만으로도 반미가 된 것 뿐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911테러는 반미 주의자인 내 눈에도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모두에게 그랬을 것이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시의 지랄이 얄미울 때면, 한편으로 그런 생각들이 들더라. " 오사마는 뭐하나? 백악관 안 들이받고.." 라는 생각. 그럼에도 저 보험사의 광고는 정말 쓰레기 스러웠다. 한 개인의 소견으로 911을 바라보는 것과 911테러 현장을 광고 영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이 싸구려 광고마인드는(물론, 그 광고가 911테러현장을 미화하진 않았지만)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닐뿐더러 너무 저질스런 발상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차라리 포르노 화면으로 광고를 하는게 더 낫다고 본다.



넥슨 '워락'의 이번 표절문제를 바라보면서 위의 보험사 광고가 생각났다.

넥슨이 이번 '워락'에 사용하겠다는 포스터 이미지의 출발은 누가봐도 저 사진 한 장이다.
탱크와 맞서는 저 소년의 이미지는 워낙에 강렬해서 누구나 한 번 보면 그 영상이 뇌리에서 지워질리 없다. 무쇠 탱크에 맨몸으로 맞서서 겨우 손에 잡힌 작은 돌맹이라도 집어 던지고 싶은 울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포신을 겨누고 있는 강자의 오만... '기막힌 사진' 이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그런 사진이다. 그 표현, 탱크의 디테일이 아닌 그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도 강렬하게 표현되어있는...그것.
전쟁에 관련된 비쥬얼 작업을 하면서 그런 소재는 그 어떤 것보다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지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경우 다른 이의 작업물(그림, 사진, 영상물..)을 참고하게 된다. 이는 그림을 배우는 단계에서 이미 습관화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 그림을 배울때는 어김없이 댓생으로 대상을 카피하고, 좀 발전하면 자료가 되는 사진이나 그림 이미지를 카피 하면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 교육패턴의 장단점을 따지기 전에 이 습관이 '참고' 정도가 아닌 '카피' 일 때, 그리고 그것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될 때 문제가 발생하리라고 본다.
더욱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요즘의 기반에서, 이미지 자료를 찾고 그걸 컨셉에 맞춰 편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우리 모두 알고있다(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포토샵-일명 '뽀샵질'- 사용은 기본이라고...). 거기에 시간에 쫓기며 작업하는 실무자들에게 작은 소품을 빠르게 대체하고픈 유혹은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워락'의 이번 표절 문제는(단호히 표절이 맞다) 그 보다 더 진일보했다.
탱크이미지의 도용 정도가 아닌, 이미지가 전달하려는 컨셉, 구도, 소품, 자료.., 거기에 원쏘스까지. 더해서 이걸 단순히 원화 설정이 아닌, 포스터로 사용하겠다는 마인드.
정말 어디 한군데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포스터'가 될 지경이다. 이쯤되면 오히려 안쓰럽다. '넥슨은 아무래도 이걸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거 같다' 라는 생각까지 드니깐 말이다. 온라인상에 이슈를 만들어서 마켓팅화 하겠다는. 이 논리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오즉하면 이 블로그에도 지금 이 얘기가 쓰여지고 있지 않은가.



사건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 궁금하다.
사실 어느정도의 예상은 쉽다. 뭐...그럭저럭 소리소문없이 얘기는 종지부를 찍을테고, 게임은 표절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겠지. (뭐 좋은게 좋은거고~~, 꽁짜 께임인데 무슨 상관이람.)



나 부터가 다시 점검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사건이 좋은 참고가 됐다.
더해서, fps게임을 좋아하지만 넥슨의 뚜렷한 해명이 없는 한 워락은 하지 않을 것임을....

"만 천하에 공고 하노라 !!!"

(원래 게임 별로 안 하잖아 !)
-_-;;


*위 내용은 넥슨이나 개발사가 위의 사진에 대한 사용권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그정도는 다 아시겠지만 -_-)


돌팔매질 하는 소년에 관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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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크몬드 2005/06/23 12:06 수정/삭제/ 댓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같군요.

  2. bambam 2005/06/23 14:12 수정/삭제/ 댓글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똑같군요.

  3. BlogIcon akgun 2005/06/23 17:07 수정/삭제/ 댓글

    정말 어처구니 없음. 입니다. 그냥 도덕이 없는 수준이란 것을 오늘 확인. 이것들은 그냥 돈 되면 한다. 라는 마인드 인 것 같습니다. 그려. 허~

  4. zapzap 2005/06/23 18:44 수정/삭제/ 댓글

    어째.. 캐릭터보다 탱크를 더 잘그렷다했더니..

  5. raw 2005/06/23 21:49 수정/삭제/ 댓글

    음 지금 제대로 살펴보니 캐릭터도 사진위에 덧칠한듯 보이는데. 남자 목아지 댕캉 잘라서 다시 붙여놓고 여자도 마찬가지
    총보면 대략 사진 그대로 쓴게 팍 표나네. 맷 페인팅 씨~ 급이네.

  6. BlogIcon isis 2005/06/23 21:52 수정/삭제/ 댓글

    아.. 무슨말인가 했더니~ 코멘트에 추가 하셨군요 ^^
    참 아쉬습니다 -_ㅠ

  7. BlogIcon akgun 2005/06/24 12:55 수정/삭제/ 댓글

    zapzap// 솔직히 '그렸다' 라기 미안하지.

    raw// 모든게 너무 빨라진 듯 싶어. 나도 작업시간이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니지. 결국은 다들 빠른 완성을 요구하게 되고, 저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지....

    isis// 코멘트로 추가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본문에 추가했습니다. ^.,^;;

  8. BlogIcon YaMooYa 2005/06/30 12:40 수정/삭제/ 댓글

    진짜 표절의 지존!!! 넥슨;; 참, 제 블로그에 참고자료로 남겨도 될까요?

  9. BlogIcon akgun 2005/06/30 18:03 수정/삭제/ 댓글

    널리 널리 활용해 주세요.
    (저도 어디선가 줏어다가 편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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