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표면에 얇고 매끈거리는 막이 씌워진 느낌 - 바라보는 모든 것, 귀에 들리는 모든 것들이 일정량 차단되거나 느리게 전달되는 기분이다.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흔들어 보지만 잠시동안 또렷하던 상이 다시 뿌옇게 흐려지고 이내 나른해진다. 그렇게 오전은 무기력하게 흘러간다. 정오가 지나고, 속이 비워지고나서야 조금 정신이 돌아온다. -적당한 허기는 뇌를 신선하게 하는 건지도... 담배 한 개피를 빌려 폐에 가득 연기를 채워 넣은 후에야 머리가 가벼워진다. 그렇게 또 한참을 멍하니 베란다에 앉아 느린 하늘을 올려다 본다. 가을이 깊다. 선명한 구름은 손을 잡아끌어 바람부는 언덕으로 올라서게한다. 황금빛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곳. 부드럽게 쓸려가는 풀잎들의 파도 구름의 그림자가 대지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곳 구두코에 내려앉은 빨간색 잠자리. 공상을 따라 다시 정신이 몽롱해진다. 휴가 후유증은 월요병과 더해져서 그렇게 벗어나기 힘들다. 날 좋은 가을, 칙칙한 사무실에 앉아서 이게 무슨짓이람?!... 이란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