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Note/Talk-Talk 2006/01/23 05:54
12시간을 내리 잤어요.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대여섯 시간 정도인데 12시간을 내리 잤으니 기록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겨우 12시간 잔게 기록이라니...그도 그럴것이 성장기 이후에 8시간 이상을 자 본 기억이 한번도 없거든요. 피곤해서 많이 자 봐야 8시간 인거지요. 오래 누워있으면 허리도 아플뿐더러 대여섯시간 정도 자고나면 살짝 깨어나는데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어서 차라리 일어나서 딴짓하는게 속 편하거든요.

심지어 술떡이 되어 들어 온 다음날에도 일어나서 식사를 한다거나 냉장고까지 기어가서 물을 마시고 쓰러진다거나 하는 정도의 움직임은 있기 마련인데 몇일전의 수면은 수면제가 희석된 링거를 맞고있는 기분이었달까요.(위험한 상상인걸..) 잠깐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든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 시간은 12시간을 훌쩍넘어가 있더군요. 어쩌면 최근 석 달 동안의 잠들은 진짜 잠이 아니었다라고 스스로 평가하는, 그래서 그동안 잊었던 잠을 몰아서 자고 있는 그런 기분이었지요.

영화 한 편이 떠오릅니다. 사춘기 시절의 불행한 가족사가 충격이 되어 '잠들지 못하는 병'에 걸린 남자가 오랜 방황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끝에 우연히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되고 잃었던 가족도 다시 만나고 그립던 어머니 품에 안겨서 달콤한 잠을 되찾게 된다는 영화. 물론, 비디오방 가서 빌려 보실 수는 습니다. 방금 생각난 거 거든요.-.,-;; 부모님의 침대에 떡하니 누워서 12시간을 내리 잠들었으니 '설날 특선 가족영화' 스런 시나리오가 절로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역마살끼가 있다는 평을 듣는 저는 '역마'답게 잠자리를 전혀 가리지 않아요. 어디가서든 자~알 자지요. 17살 이후에는 밖에서 잤던 날들이 집에서 잤던 날들 보다 많을 뿐더러 계획도 없이 어딘가에서 기거할 일도 많았었지요. 그렇게 굴러먹으려면 필수 불가결하게도 '누우면 등 닿는 그곳이 바로 나의 침실'이 되어주는 환타스틱한 정신상태를 유지해야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바로 '역마살 인생'하고는 안녕이죠.

그러니, 갑자기 왜 수면시간이 배로 늘어난 것일까? 라는 고민의 답이 "00에 있는 침대보다 집의 침대가 더 좋은 탓이다"라는 과학적 사고(침대는 과학입니다)가 되어서는 안될 듯합니다. 그보다는 어쩌면 제 온몸이 미묘한 기온차, 미묘한 이불감촉, 미묘한 냄새, 미묘한 소곤거림 같은 것들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제 '역마살 마인드'가 잠들어 있을 무의식의 시간에 나타나서 제 이성이 아닌 감성, 말초적인 근본을 자극했는지도 모르지요.

"이곳은 편안한 곳이야, 그러니 안심하고 잠들어도 좋아."




방금 글을 쓰다가 마시던 콜라가 코로 넘어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만. 그럼에도 한밤중이므로 곤히 주무시는 부모님을 위해서 알쌀한 코를 꾸욱 틀어막고 참았습니다. 효자가 되는 기분이에요. ㅠ.,ㅠ;;

어쩌면 조금은 가정적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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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ambam 2006/01/23 09:52 수정/삭제/ 댓글

    대략 1등~
    저도 아무대서나 잘자요.. 전 서른몇시간 잔적도 있었던듯

  2. bambam 2006/01/23 09:53 수정/삭제/ 댓글

    아~ 예기의 촛점은 그게 아니군요. 쿨럭~!!

  3. 말이 2006/01/23 10:11 수정/삭제/ 댓글

    준비(정리?)는 잘되고 있습니까??
    그래도 집을 나가봐야 집으 소중함을 안다고...(어...그전에도 많이 나가 있엇을텐데??)돌아오니 좋지요?? ㅋㅋ
    다시 떠나기전에...충분히 쉬셩~*

  4. BlogIcon 대마왕 2006/01/23 12:54 수정/삭제/ 댓글

    보통 여섯시간 정도 잡니다.
    겨울에는 한시간이 추가되더군요.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어서(..)

  5. comixs 2006/01/23 13:47 수정/삭제/ 댓글

    잠이 보약입니다...쉴때 푹~~~쉬세용!
    잠을 조금만 자서...살이 안쪘나?...음....귀국은 잘 하셨습니까?

  6. BlogIcon J.Yeon 2006/01/23 15:50 수정/삭제/ 댓글

    맞아 .. 쉴 때 푹 쉬는 것이 최고지.
    귀국 소식도 들었는데 .. 아직 얼굴도 한번 못 봤네 ..
    조만간에 얼굴 좀 봅시다~

  7. BlogIcon oopsmax 2006/01/23 19:44 수정/삭제/ 댓글

    행운의 7등,, 포스트가 무척 나긋나긋 & "미묘"해요.
    "잠들지 못하는 병"이란 대목에서 당연하다는 듯 영화 '머쉬니스트'가 떠오릅니다.
    부모님께선 어디서 주무셨을까요,, 효자?;

  8. BlogIcon 연이랑 2006/01/23 23:29 수정/삭제/ 댓글

    크크크큭
    코 아리겠다.>ㅁ<
    나이가 들수록 12시간 자야 피로가 풀리는데 8시간만 자고 어떡게 살아요 ;ㅁ;
    역마살이 있었단 말이죠?음....

  9. 2006/01/24 02:05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0. BlogIcon akgun 2006/01/24 02:34 수정/삭제/ 댓글

    bambam// 크하아~ 서른시간을 넘도록 자는 것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인간의 능력이란 실로 예견키 어렵군요. 거의 반달곰 수준인걸요.

    말이// 사실 귀국 후에도 계속 밖을 전전하는 중이다. 집에서 잔게 이틀였던가. -.,-

    대마왕// 자꾸 다마왕이라고 써지는걸.
    이불 속에서 뒹구는 맛도 제법 달콤하지...

    comixs// 잠이 보약인 건 사실인 것 같더군요. 사고로 머리를 다쳤을 때 8시간 정도를 자지않으면 어지러워서 하루가 고단했던 경험이...

    J.Yeon// 다들 바삐 살고있는 듯해서 몇몇인물들 하고만 만나는 중이다. 사실은 그놈들 말고는 안 놀아주는;;

    oopsmax// 이미 (전화통화) 뭘 답하려고 했더라-.,-;;
    아! 이미 나온 시나리오였군요? 역시 저보다 영화관람 편수가 많다는 것이 증명되는군요.
    부모님께서는 둘째아들을 가엽게 여기사 바닦에서 주무셨지요. 그것이 바로 효자의;;

    연이랑// 8시간만 자도 충분해요. 사실은 6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요. 문제는 나머지 시간을 잠든듯 무기력하게 보낸다는 거지만요...

  11. BlogIcon akgun 2006/01/24 03:02 수정/삭제/ 댓글

    비밀 댓글// '천사의 몫'이라... 멋진 표현이군요. 빼앗긴(?) 혹은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도 낭만적인 상상을 동원할 수 있는 그들의 여유가 부럽습니다.
    눈에 대한 표현도 좋구요. ^.,^

  12. BlogIcon 미루키 2006/01/25 10:51 수정/삭제/ 댓글

    주말에는 항상 12시간을 몰아자는 습관이 있어요. 평일에도 잠만 잘 수 있다면야..;;;
    하루에 8시간씩 자는게 제일 좋다고 하잖아요 ^^
    시계가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아 편리할 듯 하네요~

  13. 2006/01/25 23:40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4. 2006/01/29 09:53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5. 2006/01/29 23:17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6. BlogIcon akgun 2006/01/30 16:05 수정/삭제/ 댓글

    미루키// 시계가 꼭 필요한 인간형에 가깝습니다. 2000원짜리 시계- 6시간에 10분 정도의 오차가 있는- 정도면 충분하지만요. 좀더 노력해서 12시간 잠들기 스킬에 몸을 맞춰볼까 생각 중입니다.

    비밀 댓글(2)// 저 역시 그 모들 기호들을 다 파악하기엔 아직은 어릴 뿐더러 에코선생같은 천재성도 부족하다고 고백하는 바입니다.

    비밀 댓글(3)// 네, 모든게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멈칫하고 닫았스므로 미투 ㅠ.,ㅠ)

    비밀 댓글(4)//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습니다.
    1. 아무거나로 처리했습니다.
    2,3.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을까요?
    외. 그 빼놓은 것만 접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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