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속을 아프게 했다. 단순히 위가 약해서인 것만은 아니다. 커피하면 떠오르는 내 기억은 두가지 정도다. 하나는 노가다하며 지내던 스물한두 살 시절에 새벽잠을 떨구기 위해 인력시장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 한 개피와 함께 마시던 자판기 커피이고 다른 하나는 주구장창 시간을 죽이며 앉아있던 (일명 '죽때리다') 연애시절의 커피숍에서 마시던 가장 저렴한 가격의 커피이다. 커피는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닌 주변의 여건 때문에 마지못해 마시던 것 뿐이었다. 빈속이기 일쑤였고 언제나 담배와 함께였다. 위에 좋을리 없는거다. 이후로 새벽 빈속에 피우는 담배와 함께 커피도 끊었다. 탄내나는 그 맛이 나는 아직도 좋아지지 않는다. 프림의 느끼함도 좋아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마시고 난 후의 입안에 남는 냄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도 마실일이 있다면 엷게 탄 커피에 설탕 한 스픈 반 정도 넣는 것을 원하며 그 조차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15년 전쯤에는 어딜가나 흔하디 흔한 것이 커피숍이었다. 지금은 별다방을 필두로하는 커피 전문점들이 장악하면서 그시절의 커피숍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지만, 커피는 그 시절의 씁쓸한 기억처럼 속을 쓰리게 하면서도, 맛보다는 시간때우는게 목적이었던 그 시절의 커피숍을 추억하게 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