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어려워
뭐 하나 쉬운게 없다.
13일 저녁 관련이야기 추가..
친구와 커피숍에 앉아 있었더랬다. 둘 만 앉아 나누는 대화는 종종 화제를 잃고 리듬이 끊어졌다. 나만 놓고 본다면이야 말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아는 얘기, 관심있는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고, 그 조차도 맞장구나(얼쑤) 새로운 화제꺼리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곧잘 선장잃은 배마냥 표류하는 처지였으며, 마주 앉은 그 역시 말수가 많은 사람은 아니었기에 대화는 종종 큼지막한 쉼표가 찍혔다. 그렇다고 끊긴 대화가 자리를 어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워낙 제 멋대로인 내 성격은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그런갑따아~'하는 탓이다.
내 자리가 조용해지니 이번엔 주변의 소리가 조금씩 들린다. 지하철 파업이 끝났다느니, <왕의 남자>를 세번 봤는데 어떻다느니, 야구월드컵을 한다느니, 이 집 커피 맛은 어떻다느니, 저번에 소개팅한 남자가 전화를 했다느니, 날씨가 많이 풀렸다느니, 새로 산 부츠가 어떻다느니... 하는 자질구래한 이야기들이 무방비로 내 귀에 흘러든다. '참 시덥잖은 것들로 떠들고들 계십니다' 라는 생각이 잠깐 머리에 떠오르는가 싶더니, 문득 요즘 내 블로그가 말 없이 표류하는 이유를 알 듯도 하더라.
사람 사는 일이란게 얼마나 많은 시덥잖은 이야기들로 넘쳐나던가. 그러니 그 시덥잖음을 사랑하고 주구장창 그런 포스팅으로 블로그의 모토를 삼자!
..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 블로그에는 시덥잖음이 넘쳐 났었다라는 것을 모를만큼 뻔뻔한 주인장은 아니지 않은가. 핵심은 이 '시덥잖은 얘기', 가십거리라는게 지금의 나에게는 더이상 소소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거다. 가십, 시덥잖은 이야기들이란 것이 한국에 있을 때에는 쉽게도 찾아졌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잠깐 이어폰의 볼륨만 낮춰도, 잠깐 시선을 돌려서 옆 사람의 신문을 흘낏거리는 것만으로도, 마주앉은 사람들의 표정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재생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참 시덥잖은 얘기들 하고 계십니다' 라고 비웃어 줄 어떤 '시덥잖은 얘기'도 들을 수 없다.
그 관심 없는 연예인들의 이야기 조차 -그럼에도 당연하게 알게되던 - 도 시간을 내서 헤드라인을 찾고, 선별해서 마우스로 클릭해주는 노동력을 들이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거다. 새삼 가십거리를 생산해 내고 배포하고 다시 수집하는 일을 주업으로 삼으시는 분들께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 마우스 놀림이 얼마나 허무한지,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고 노동력을 들여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가 알듯도 하다. 애쓰신다 찌라시 신문들...
문제를 더 확장해 보자.
온라인을 통해서 종종 인연이 만들어지곤 한다. 그 인연을 특별히 오프라인과 구분짓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온/오프라인이 분명 구분되어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니 남들 얘기는 논외로 하고, 적어도 나에겐 어쩔 수 없이 구분이 존재한다!
굳이 그 이유를 위의 이야기에서 끌어 오자면, 온라인의 교류는 의도한 흐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교류(의사소통, 커뮤니케이션, 관계... 등등 뭐라 불리우든)는 그 만남이 깊어질 수록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낸다. 자연스럽달까. 어쩔 수없이 친밀도 만큼의 서로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어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게 아니라면 간단히 "걔랑 안 친한데!" 라고 말하면 끝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선별적으로 표출하게 되는 온라인에서의 관계에 그런 오프라인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
단순히 "네가 온라인에서 진실되지 않았다" 라고 말로 설명되는 것일까?
온라인에 머물러있는 지금, 거기서 인연을 쌓고, 더욱이 지금의 나로써는 온라인의 접촉만이 유일한 통로인 이곳에서 "그런 이유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 더 가치를..." 이란 얘기가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이곳에서 쌓인 인연들이 알아 주실랑가.
답답하다 이놈의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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