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도착한 소포에는 <패닉>의 앨범이 들어 있었다. 앨범 발매소식을 접한 것이 한참이나 지난 듯 하니까 이제서야 들어보게 된 것임에도 그 반가움(고마움)이 그만큼 컸다. 라디오를 듣지 않게 되면서 - 이본이 나와서 마치 TV 방송 처럼 '지들끼리 신나라' 떠드는 것에 혐오를 느끼면서 부터, 그런 나이가 됐음을 인지하면서 부터- 그리고 mp3의 수집(?)이 덧없음을 느낀 이후 부터는 좀처럼 새로운 곡을 들을 일(알게 될)이 없게 됐는데, 그나마 간간히 찾게되던 블로거들의 음악링크를 귀동냥으로 삼아 앨범을 구입하곤 했었다. 결국은 음악링크가 불법단속의 대상이 되면서 그 역시도 어려운 경로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한국 앨범을 구하는 일은 더 수월치 않다. 일년에 서너번 들어가게 되는 귀국길에 무거운 CD를 챙겨오는 것이 마땅찮은 탓도 있고. 뭐 이효리 따위가 대놓고 표절하는 암울한 현상을 생각하면 iTunes 등 등에서 영원히 한국곡은 다운로드 써비스를 하지 말아서 이놈의 음악시장이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과격한 생각을 품기도 하지만, 음악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정서가 통하는 곡을 듣고 싶어하는 (그래, 가사 잘 알아먹는) 마음을 위해서 제발 정신 좀 차려줬으면 좋겠다. mp3가 주 판매 환경이 되기 전까지 만이라도 CD꾸준히 사줄테니까 제발. 주말 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동안 계속 패닉의 앨범을 들었다. 그 중 10번 트랙의 '로시난테'의 후렴구가 계속 입가에 남는다.(라랄랄라 라라라 라랄랄랄 라라~) 그리고 우연찮게 들어간 블로그에는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있었고, 읽고 있던 폴 오스터의 <뉴욕 삼부작>에 다시 돈키호테에 관한 이야기가 때마침 등장한다. 이 우연이 신기해서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이런 우연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그동안에도 간간히 있어왔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우연이라고 느끼는' 일들의 시작은 그 상황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인지되고 인지되지 않고가 결정되는 것일 뿐이다. 처음 시작이었던 패닉 앨범의 '로시난테'란 단어가 기억의 상층부에 머물지 않았더라면 우연히 들른 블로그의 돈키호테역시 그저 익히 들은 흔한 소설 에 관한 이야기 였을 것이고 '뉴욕 삼부작'에 등장하는 돈키호테에 관한 내용도 그저 소설의 흐름 이상으로는 받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인가가 내게 의미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수많은 기억의 퇴적물들 중 무엇이 윗쪽에 쌓여서 더 넓게 더 오래 머무느냐다. 패닉의 앨범이, 그 앨범을 보내 준 마음이 그렇게 남아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