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신인 만화가가 있다. 그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단행본을 출간하게 된다. 그런데 몇 해 후, 같은 이야기의 드라마가 TV에 방영된다. 어찌된 일인가 따져 물으니 드라마 작가는 그 만화를 안 보셨단다. '에이~ 아닌 것 같은데에~?' 이 사람 저 사람 더 따지고 드니까 "봤는데, 참고만 했다" 란다. 거기에다 살도 더 붙였으니 표절은 아니란다. 법에 물었더니 '일부 도용은 인정'한단다. 그런데 얘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드라마 작가쪽에서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한다. 그리고 법원은 만화가에게 손해를 배상하란다. 어? 이게 아닌데~


신인만화가에게 있어 책을 낸다는 것, 자신의 책이 서점의(혹은 대여점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일까. - 그 고생스런 준비과정이 두렵고도 자신이 없어서 잘 나간다던 게임바닥으로 도망쳐버린 나로써는 그 기쁨을 알 길이 없다. - 작가의 창작작업에 뼈를 깍는(이란 표현이 생길 정도의)고통이 있기에 그 결과물은 그 만큼의 가치를 갖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존중 받아 마땅하며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일이지만, 아직 이땅의 여건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더욱이 아직도 '애들이나 보는'이라고 하대를 받는 만화의 창작작업이 오죽하겠는가.

"위대하신 TV 매체가 만화따위를 좀 참고 하셨다는데 영광으로 알 일이지!"라고 여기지 않으면 다행이겠다.-그래, 비아냥이다.

최근 이효리양이 잠정적인 활동 중단에 들어가셨다. 발빠른 블로거들에 힘입어 그녀의 신보가 발표되는 순간 곡이 비 상식적으로 다른이의 창작물을 도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한동안 태연하게 활동하더니 문제가 커지니까 꼬리 말고 들어가신다. 어째 얼마전 손끝 입끝 잘못 놀리고 두문불출하고 계신 최의원이 떠오른다냐. 시간이 약인 건 이별의 상처에 대해서만이 아니었구나. 그리고, 가요계와 정치권은 역시 주목받고 있구나.

만화가 이희정님은 Rin이란 아이디로 내 홈이 블로그 형식을 갖추기 이전부터 인연이 있던 분이다. 그때에 이미 MBC 드라마(시트콤이었나?) 두근두근체인지와의 소송을 준비하고 계셨으니까 횟수로 3년이란 시간을 그 표절공방으로 시간을 보내고 계신거다.

오랜 법적 싸움 - 나 이짓 해봐서 안다. 사람 죽이는 일이다. 반년 만으로도 피가 마르더라.- 끝에 좀 시원찮은 판결을 받아낸다. 드라마가 만화를 일부 표절한 것은 사실이나(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얘기) 드라마가 종영되었으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한단다.

이에대해 Rin님은 저작권을 침해 당한 것에 대한 법적인 인정을 받아 낸 것은 기쁘지만 항소하겠다라는 뜻을 밝히셨었다. 이거 장난아닌 결정이다. 골치아픈 일에(위의 판결도 기각되었으니 신청인인 Rin님이 신청비용을 부담한다) 한 쪽 발을 계속 담그고 살아가시겠다는 결정인거다. 그것도 자신의 '당연이 지켜져야 할 권리'를 위해서 말이다. 허무하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이제 부터다.

드라마 작가가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건거다. 그리고 법원은 그것을 인정한단다. 그러니 만화가에게 손해배상을 하란다. 이 개떡같은(개떡아 미안하다) 결과는 어디서 오는 걸까.

판결문에 보면 '그 소재, 사건의 전개방식 등에서 유사성이 발견되므로, 이 사건 드라마는 이 사건 만화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여 저작된 것으로 보인다.' 라고 하면서도 '만화는 내용 구성이 단조롭고 단순한데 비해, 드라마는 복잡하고 완성도가 있기에 별개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무슨 개떡에 개 집어넣는 소린가.

드라마 작가가 Rin님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은 자신의 행위가 표절이 아닌 떳떳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일게다. 그리고 법원은 그 손을 들어줬다. 왜? 왜냐고? 드라마가 만화보다 더 복잡하니까!



관련 링크
http://www.comicplus.com/magazine/list. ··· m%3D2165
No1. 만화미디어 포탈 코믹플러스(최고의 코믹매거진을 지향한다면서 불여우에서는 열리지도 않는다. 난감하다.-.,-)
http://socool.pe.kr/04/sosong.htm (두근두근 체인지 표절 소송을 제기하며)
http://www.socool.pe.kr/05/pangyel.htm (판결문)
http://www.socool.pe.kr (Rin 이희정님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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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떠도리 2006/04/05 17:14 수정/삭제/ 댓글

    개떡같은 마녀사냥이죠 OTL

  2. zapzap 2006/04/05 17:52 수정/삭제/ 댓글

    판결문 안에 내포된 상위,복합 매체에 대한 옹호는 심각하다.
    저 정도로 인정하고도 별개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뭔가?
    정확히는 만화 원작을 '작품'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3. zapzap 2006/04/05 17:55 수정/삭제/ 댓글

    또 열받는 것은 왜 저런 투쟁이 개인에 의해 진행되냐는 점.
    아니, 만화짜 들어가는 협회나 연대가 여럿 있는걸루 아는데?!
    밥그릇 걸린 문제 아닌가? 언능 싸워야지.

  4. BlogIcon akgun 2006/04/05 18:26 수정/삭제/ 댓글

    떠도리// 설마, 넷티즌들이 우~ 하고 몰려들어서 이효리를 마녀사냥했다는 말씀은 아니시죠?

    zapzap// 내 말이 -.,- 좌우당간 언제부턴가 그놈의 '협회'니 '단체'니 하는 말만 들어가면 믿음이 안 생기는 것은 하루이틀 쌓인 배신감은 아닐테고... 뭔가 문제가 있는거지.
    이렇든 저렇든 대강 생각해 봐도 저 판결문에 등장하시는 3인의 판사께선 만화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봤으리라는 것에 올인이다. 앞으로는 더욱!

  5. BlogIcon 대마왕 2006/04/05 21:57 수정/삭제/ 댓글

    얼마나 값진 프라이드길래 남의 작품 도용하고 명예를 운운하는가.
    저런 강아지들 때문에 스폰이 악마한테 영혼을 팔고 복수를 하는겁니다.
    저런 강아지가 길가다 akgun님 바이크를 넘어뜨려야하는데 -_-
    아.. 생명은 존엄한거였지..

  6. BlogIcon 연이랑 2006/04/05 23:20 수정/삭제/ 댓글

    말주변이 없어서 논리있게 말은 못하고

    한마디로 왕!!! 화나~@

  7. ^^ 2006/04/05 23:27 수정/삭제/ 댓글

    판결문 부분 다음 아고라에 인용좀 할게요~ 저 서류 글씨 잘 안 읽혀서;;

  8. BlogIcon 사케아르 2006/04/06 02:18 수정/삭제/ 댓글

    문제만 생겼다 하면 잠적.
    다시 나타나는 건 뭐지...에휴.

  9. BlogIcon akgun 2006/04/06 11:17 수정/삭제/ 댓글

    대마왕// 진짜 명예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던가. 왜인들의 할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놈의 정치권이나 연예인들이나 깔고 뭉게는 전략이 이미 자리잡은지 오래니 ...쯧;;

    연이랑// 저도 과격한 용어 사용은 자재하는 편입니다만... 용서가 아니되는 분들이 가끔 계셔주셔서...

    ^^// 다음 아고라라는게 무엇인지 링크라도 남겨주시지 그러셨어요.

    사케아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언제나 문제는 악용하는 얇팍한 인간들이 저 위에 있다라는 거지요.

  10. BlogIcon 미루키 2006/04/06 17:55 수정/삭제/ 댓글

    우와.. 정말 웃기는 일이네요;; 이렇게 어이없고 황당할 수가.

  11. gnome 2006/04/06 19:07 수정/삭제/ 댓글

    intel맥에 윈도우깔아서 님의 홈페이지 들어왔으ㅇ용....ㅋㅋㅋ
    조~~~~~탕...ㅋㅋㅋㅋㅋ

  12. BlogIcon 대마왕 2006/04/07 01:11 수정/삭제/ 댓글

    아이맥 사줘요 >ㅂ<

  13. BlogIcon akgun 2006/04/07 12:26 수정/삭제/ 댓글

    미루키// 종종 코메디를 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세상은 욕해줄 가치가 생기지요.

    gnome// 맥에서 정식으로 듀얼부팅 지원한다던데요. 이거 사건입니다.
    저도 돈 차곡히 모아서 지릅니다.

    대마왕// 그딴 거 어따쓰게!

  14. 리짱 2006/04/07 13:51 수정/삭제/ 댓글

    네이버 붐에서 한심하게 낄낄대다 글 발견하고 말도없이 제 블로그에 수정 없이 퍼 날랐습니다. 일단은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
    주소는 남겨 놓습니다.
    http://blog.naver.com/ggushui

  15. deep 2006/04/07 17:04 수정/삭제/ 댓글

    여러분 나이키 하면 뭐가 생각 나세요 ? 에어백이 생각 나시죠
    나이키를 제외한 다른회사에서 에어백이 들어간 신발을 만들어서
    판매 하면 바로 소송 입니다.
    그리고 나이키가 100% 승소 합니다.

    위의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요 ? 원천 기술 개념으로 보면
    분명히 원작자가 승리 해서 배상까지 받아야할 경우 인것 같은데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가 되는군요

  16. BlogIcon akgun 2006/04/07 19:13 수정/삭제/ 댓글

    리짱// 네? 네이버 붐이요? 도대체 제 글이 어쩌다가 거기까지 흘러들었답니까. -.,-;;
    네이버 붐, 역시 그런 거였군요. ...라고 생각했다가, 출처가 분명하다면 많이 읽혀서 변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드는데요.
    (검색해 봤다가 댓글에 '만화는 불량식품, 드라마는 전 국민의 건전식품' 이라는 발언이 있어서 좌절할 지경입니다. 도대체 어떤 찌질한 인간이 불량식품을 조각내서 자신의 식단에 올리고 맛나게 드시는지 궁금해집니다.)

    deep// 상식이하가 자주 보이면 문제가 되는데 말이지요.

  17. 홍대박군 2006/04/09 22:41 수정/삭제/ 댓글

    싯팔! 안그래도 황박사때문에 엠빙신에 아주 지랄같은 마음이 들어서 속좁은 내가 불철주야 설치고 다니는데, 이것마저도 아주 쌍나팔을 부는구나! 더러운 ㅇㄹ;ㅗㅓㅈ댜ㅗ회돌;ㅔ댜ㅓㄹ;ㅓ;ㅐ호!!!!

  18. BlogIcon akgun 2006/04/10 12:36 수정/삭제/ 댓글

    워~워~ 이거 왜 흥분을 하고 이러세요. 혈압이 허리로 몰려서 디스크 악화될라.
    생각해보면 그렇네. 방송국이란 놈들이 이런 일은 알아서 말끔히 정리를 해 줘야 할 텐데, 아랫것들(?) 책임이라고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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