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좀 들떠 있었지요. 돌아오는 걸음에 살짝 리듬이 실리는 그런 흥겨움. 입에 붙는 아무 노래나 흥얼거리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의 대담함을 불러오는 것 같어요. 누가 듣건 말건 아무렇게나 불러재낄 수가 있거든요.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드을 으미를 차즐 수 없써~ 순간 순간이 나에겐 힘드러어~ 난 버서나고오 시퍼~
(래퍼 악꾼!!)
그대 나를 슬퍼하는 나를 지금 기다림의 날을 계속하고만 있는 나를 왜 자꾸만 외면하고
멀어져 가는 거야 그대 나에게에에에에에 두두두두두두근 거리는 내 마음을..."


앨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점점 작아지는 숫자를 올려다 보면서도 끊지 않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지요. 그러다 흠찟 놀라 옆을 바라보니 작은 소녀가 다부진 표정으로 작아지는 앨리베이터 숫자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더군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인지 큼직한 가방 - 그 부피에 비해 알록달록한 색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을 매고서 잘 교육받은 집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요.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 누가 말을 붙여도 대답하지 마라! 낯선 사람한테는 시선을 팔지 마라!" 따위의 어린이 안전교육 말이지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그 뚝뚝한 표정에 무안해서 노래를 멈출 수밖에 없더군요. 그렇다고 흥을 잃고 싶지는 않아서 - 솔직히, 꼬맹이의 기에 눌리는 모습이 자존심 상해서 - 콧노래로 바꿨;; -.,-;;(어어구야)

아무튼, 여덟이나 아홉살정도의 이곳출신으로 보이는 똘망한 여자아이와 앨리베이터 안에 서서 혼자 콧노래를 부르려니 참 난감합니다. 이게 웅웅~ 거리며 울리거든요. 그렇다고 애한테 "오빠는 허밍을 맡을테니 넌 쏭을 날려~" 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쩝쩝;; 입맛 몇 번 다셔주고 그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어요.

대신 나도 너한테 관심이 저~언혀 없다는 표정으로 앨리베이터 문만 바라보면서 혼자말로 한 마디 했지요. "너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야?"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알아 들을 수 없는 거지요. ('오빠가 요즘 영어공부를 좀 했어!') 이번엔 아주 쉬운 말로 테스트 "너 몇 살이야?" 역시 감감 무소식. 이번에는 말도 안 되는 노래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말을 쉼없이 중얼거렸지요. 니가 알아 먹건 말건!

그러다 흘낏 돌아보니 꼬맹이가 맹랑한 눈으로 올려다 보고 있지 멉니까!? 예의 그 무뚝한 표정으로 한참 바라보더니 한 마디 합니다.

"아유 코리언?"

"어~~"(나도 모르게 대답을...-.,-;;)

꼬맹이는 다시 무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앨리베이터 문만 바라봅니다. ( '아니 이녀석 영어 발음이 장난이 아닌데..!' ) 어찌나 뻘쭘하던지 뒷통수에 땀 한 방울 흐르는 애니메이션이라도 만들어 넣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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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w 2006/05/13 18:05 수정/삭제/ 댓글

    쯧쯧. 어디가나 작업은...

  2. BlogIcon akgun 2006/05/15 12:11 수정/삭제/ 댓글

    요즘 작업 못해서 신경질 나거든요!!

  3. 말이 2006/05/18 18:36 수정/삭제/ 댓글

    ㅋㅋㅋ 땀방울 상상 처리!!

  4. BlogIcon akgun 2006/05/31 16:59 수정/삭제/ 댓글

    엇 말이! 언제 여기 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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