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인들은 눈에 관한 표현이 우리보다 몇 배는 많다. 내리는 눈의 이름도 그 생김새나 내리는 속도, 밀도, 방향 시간등에 따라 수십 가지가 된다고 하더라. 이 당연할 결과에 의문을 가질 이유는 없다. '뭐, 필요하니까 이름을 붙인거지'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함박눈, 진눈깨비, 마른눈, 싸리눈, 가루눈... 우리에게도 몇 개의 눈 이름이 있지만 그 조차도 그 눈이 어떤 눈인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감이 없는게 사실이다. 우리에게 눈은 에스키모인들의 눈 보다는 그만큼이나 덜 중요한 존재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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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구성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미술부 선배들이 처음 지시했던 것이 물감의 이름을 외우라는 것이었다. 많으면 60색 정도였던 것 같은데 그게 전부 고유한 이름을 가졌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그땐 무조건 물감의 색 이름을 외워야 했고 그 많은 이름을 외우고 테스트 받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었다.- 그 시절 고등학교의 모든 '부실'은 마대자루와 얼차려가 넘쳐나던 공간이었다- 왜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섞어 바르면 될 것을 굳이 외우라고 하는 것인지, 별것도 아닌 일에 꼬투리를 달아서 후배들 굴릴려는 수작이 아닌가 싶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그 이유를 후에 알 수 있었다. 한참 공부에 재미가 드니까 주변 사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색을 그때까지 외운 색이름과 혼합율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만들 어 낼 수 있게 됐구나 하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신기해 했었다. 그건 비단 나만의 발전이 아니라 같이 화실에 다니던 친구 녀석도 마찬가지 였는데, 한동안 둘이 다닐 때면 주변에 보이는 색깔에 대한 색 혼합율을 얘기하며 서로가 맞다고 우기다가 싸우기 일쑤였다. "저건 코발트블루75, 화이트20, 샙그린5 라니깐!" 그래도 서로가 말한 값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대부분은 맞다고 고개 끄덕일 수 있는 값이었다.
혼자 무언가에 감정을 느끼고 바라보다 보면 속으로 그 현상을 '말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게된다. 내가 나에게 이야기 하듯이 말이다. 이게 겉으로 들어나면 미친놈 소리를 듣게 되는 거고...
"야아~ 오늘 구름 작살이네~!" "오오~ 이 여자 라인 예술인데에~"
그런데 한 번도 말해보지 못한 사람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서로를 어떤 식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