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사무실 창밖으로 며칠동안 같은 풍경이 보인다. 변함없는 계절, 변화없는 이곳의 날씨탓이 아니라 맞은편 30여층 건물의 외벽에 며칠동안 붙박힌 곤도라 탓이다. 그리고 그 곤도라 안에서 꼬물꼬물거리는 빨간색 티를 입은 인간들의 움직임이 변함없는 탓이다.

어쩌면 내가 머무는 이쪽편 빌딩의 몇 층인가에 숨이 간당간당한 소녀가 여린 몸을 침대에 뉘인채 창밖 풍경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그 가련한 소녀를 위해서 곤도라는 20층 높이에 위험스레 매달려 마지막 잎새를 그리는 중인거지. 어느 노화가의 세세한 지적을 받으면서...
(과연 오늘은 스케치라도 할 수 있으련지..-.,-)

깊은 전후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내가 보기엔 그들은 그저 며칠동안 한 창문에 매달려 유리창 청소를 하고있는 것일 뿐이다.

이들의 느긋한 일처리는 과연 잎새를 하룻밤사이에 그려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 온지 두 달이 되도록 옆건물은 겨우 블럭- 전문용어로 '브로끄' - 80여장 쌓았을 뿐이다. 과장을 섞지 않더라도 우리의 이틀정도의 분량을 이들은 두 달이 걸리도록 처리하고 있다면 틀림이 없다. 어쩌면 50세 사업가의 은퇴 후의 별장정도를 짓고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10년 장기계획으로 튼튼한 집을 만들려는 건지도 모를일이지만, 이쯤되면 우리의 빨리빨리 병이 어느 정도의 중증으로 느껴질지 상상이 간다.

그런 느긋함에도 이제 익숙해져간다.


이미 계속되는 더위에 적응했고
공항에 내렸을 때 코를 막게하던 특유의 냄새에도 적응이 됐고
날카로운 맛을내는 이곳 음료에도,
적정선의 팁을 건내는 요령에도,
끝없이 꽃을 강매하는 애들한테서 벗어나는 노하우도 생겼으며
심지어는 화장실에 있는 세차할 때 쓰는 워셔건 처럼생긴 물건으로 뒷처리를 하는 데에도 익숙해졌다.


마지막 남은, 아직 적응이 안된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어젯밤에 쓰고 온 지폐 한 장이 우리돈으로 만원권 세 장 이라는 것!
덕분에 지출규모가 감이 없어서 툭하면 오바~한다는 것!!
-.,-;;

가장 빨리빨리 적응했어야하는 것이었는데... 이대론 위험하다. 이미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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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홍대박군 2005/12/12 17:27 수정/삭제/ 댓글

    헉!싯팔!
    넷째줄에서 "강간당한소녀" 라고 읽어버렸다!
    일부러 의도하고 쓴거지? 응?

  2. 대마왕 2005/12/12 17:32 수정/삭제/ 댓글

    어머.. 험악..
    할렘가 같은 홈피에요..

  3. BlogIcon 홍대박군 2005/12/12 17:38 수정/삭제/ 댓글

    "침대에서 강간당한 여린 소녀의 숨이 멎고있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를 적은줄 알았다구!
    자세히 읽어보니 마지막잎새?
    너무 달라...
    형이 톨스토이를 외칠때 난 소프라노스를 새벽6시까지 12부작을 다봐서그런건지...너무 갱스터무비에 빠져들고있어..
    거기 지폐4장만 가져와. 평택가서 데낄라한잔하게.

  4. BlogIcon 홍대박군 2005/12/12 17:39 수정/삭제/ 댓글

    내가 글쓰는 중에 대마왕이 글을 또 남기다니..
    상휴씨, 할일없나봐?

  5. BlogIcon akgun 2005/12/12 18:13 수정/삭제/ 댓글

    홍대박아// 이게 아주 내 블로그에서 '놀고있-.,-;;'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러는 거냐?

    너... 그 애 때문이냐?

    이러지마라.

    대마왕// 돌이킬 수 없다. 받아 들여라~

  6. BlogIcon 연이랑 2005/12/13 07:27 수정/삭제/ 댓글

    적응이 안된것이 과연 하나 일까요..?
    제가 보기엔 그곳이 어떤곳이지는 알지만 여전히 적응 않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데...^^;

    강간당한 여린 소녀>ㅂ< 다시읽어보니 정말로 그렇게 읽을뻔...

  7. 승경 2005/12/13 08:18 수정/삭제/ 댓글

    점점 이상해지네요...ㅋㅋㅋ
    언능 여기 오셔서 추운 날씨좀 겪어보세요
    그럼 정신이 팍~! 듭니다.
    여기 오늘 체감온도가 -17라는데...음...거기랑...30도 이상 차이나겠네요

  8. 2005/12/13 09:25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9. 승경 2005/12/13 13:14 수정/삭제/ 댓글

    거긴 지금 몇시죠? 점심드셨어요?
    전 알탕하고 삼치구이먹었습니다....맛있네요....^___^

  10. zapzap 2005/12/13 13:46 수정/삭제/ 댓글

    워셔건이라..
    그러니깐...비데를 쓴다는 것인가?!

  11. BlogIcon akgun 2005/12/13 13:59 수정/삭제/ 댓글

    연이랑// 구석구석까지 따져보지 않더라도 사실 적응이 필요한 곳이 이만저만 많은게 아니죠. 겨우 두 달 지내면서 현지화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뭐 여기서 가이드 생활을 할게 아니라면 그만 적응할 필요도 있겠어요. 아차 하다 돌아가기 싫어지면 난감한일이니까 말이죠.
    홍대박군한테 낚이셨군요 -.,-

    승경// 지금 돌아갔다가는 대관령 황태덕장에 널린 동태꼴나기 딱 좋죠. 여름옷밖에 안 가져왔거든요.
    알탕과 삼치구이라... 체리양 없었으면 침흘리다 탈수증으로 쓰러겼겠는걸요.-.,-

    비밀 댓글// melon?? U know 'Durian'? Try this, it's so good!!

  12. BlogIcon akgun 2005/12/13 14:01 수정/삭제/ 댓글

    zapzap// 뭐 일종의 비데인데... 사용법과 강도는 전혀 다르지.

  13. 2005/12/14 10:27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4. BlogIcon akgun 2005/12/14 11:17 수정/삭제/ 댓글

    비밀 댓글// 정말? 정말?? 아이 좋아라. 특히 마지막 문구를 꼭 지켜주세요.

  15. zapzap 2005/12/14 13:32 수정/삭제/ 댓글

    그러니까 비데보다도 쎈거야??! 사용법.. 다른곳도 씻는거야?!!

  16. BlogIcon akgun 2005/12/14 14:35 수정/삭제/ 댓글

    그러니까 그게 어떤거냐하면...
    변기옆에 워셔건처럼 생긴 것이 걸려있는데, 적당한 길이의 호스끝에 연결되어있는거지. 그걸 세차할 때처럼 움켜쥐면 딱 그 강도만큼 츄아악~...오케이??
    이걸 적절히 사용하려면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달까. 처음엔 어떤 모양으로 잡아야 할지조차도 몰라서 난감;;
    지금은 다른데 물 한 방울 안 튀기는 정도의 실력으로까지 성장....-.,-
    너무 리얼한 설명이었나?? (식사들은 하셨나요?)

  17. zapzap 2005/12/14 15:11 수정/삭제/ 댓글

    주인장의 사용모습을 두눈으로 보고 있는듯한 착각까지 드는 걸...대단한 표현력.

    그건 그렇고.. 요샌 고등어구이도 끝장!
    통통한 살집이 아주그냥..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 밥상엔 시골서 갓 담근 김장김치가
    올라왔었지. 아삭..
    그래, 오늘은 고등어랑 김장 김치를 같이 먹어야겠다.
    잇힝~

  18. BlogIcon 홍대박군 2005/12/14 16:38 수정/삭제/ 댓글

    그건 그렇고 호미화방옆에 '황씨포차'라는 꽤 정감있으면서 스타일리쉬한 포차가 생겼지. 요즘같이 스산하게 추운날씨에 굉장히 시원한소주에 노릇노릇한 해물파전을 맛깔나는 간장에 찍어먹으면... 뜨아!~ 거기다가 따끈뜨끈한 미나리 듬뿍넣은 조개탕 한숫가락 캬~~~
    옆의 화로에서 장작타는 냄새와 소리..좋아!!~ 굿!!
    그렇게 몸이 충분히 녹아질때즈음 담배한가치를 꺼내어 입에 물고 우리들의 노가리는 시작되지!~
    요즘은 거의 매일 마시는데 말이야.. 소주에 녹차를 넣어먹으니까 다음날 전혀 숙취가없더구만...
    그래, 오늘도 날씨가 꽤 쌀쌀한게 당콜술빨을 하러 가야겠다.
    잇힝~

  19. BlogIcon bellbug 2005/12/14 17:04 수정/삭제/ 댓글

    홍대박군 거기 써빙에게 뻑 갔다....

  20. BlogIcon akgun 2005/12/14 18:00 수정/삭제/ 댓글

    그건 그렇고...여긴 그냥 앉아만 있어도 슈퍼모델급 아가씨들이 작업들어와.
    잇힝~

  21. BlogIcon bellbug 2005/12/14 18:56 수정/삭제/ 댓글

    슈퍼헤비급이겠지...

  22. BlogIcon akgun 2005/12/14 19:25 수정/삭제/ 댓글

    질투심은 많아가지고선...

  23. BlogIcon spitart 2005/12/14 19:29 수정/삭제/ 댓글

    여기는 av걸들이...

  24. BlogIcon 홍대박군 2005/12/14 20:36 수정/삭제/ 댓글

    푸하하하 슈퍼헤비급...
    근데 거기 써빙이 거의 슈퍼헤비급인데..ㅋㅋ
    오면 소개시켜줄게

  25. BlogIcon 홍대박군 2005/12/14 20:37 수정/삭제/ 댓글

    근데 성진이네놈은 언제 들어오는겨?

  26. BlogIcon oopsmax 2005/12/14 20:59 수정/삭제/ 댓글

    "느긋함"에 완전히 적응하신 것 같군요.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던 포스트가 며칠째 정체.
    이제 댓글로 먹고사시;는 거예요? 흣;
    주색에 빠지셨다가 못 돌아오시는 수가 생깁니다;

  27. 대마왕 2005/12/15 00:53 수정/삭제/ 댓글

    포스팅 안하시나요 -_-?
    (정말 바쁜건가..)

  28. BlogIcon akgun 2005/12/15 12:26 수정/삭제/ 댓글

    spitart// 내 블로그가 어쩌다가 이리되었다냐. 한때는 시와 낭만과 사랑만이 넘쳤었건만,,, 지금은 오직 사랑만 -.,-;;

    홍대박아// 이번 새로운 슈퍼맨 때문에 그래픽팀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던데...

    oopsmax// 하하핫;; 역시 블로그 운영자의 날카로운 눈은 피할 수가 없군요. 하도 댓글이 고파서 좀 달궈봤어요.
    +잡기를 마스터하고 평가 받겠습니다.

    대마왕// 네 답글을 기다렸다. 이제 다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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