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다. -일단 밝히고 시작하는 것이 얘기하기 쉬운, 민감한 사항인 것이다. 종교에 관한 이야기란... 굳이 따지자면 불교에 가까운 무교라는게 맞다. 군대에 있을 때 불교 *군종병 이었으니까. '불교에 가까운' 이란 것도 깊이있는 종교관과는 전혀 무관하다. 성경 한 페이지, 불경 한 단락도 제대로 안 읽어본 놈이 무슨 종교관이겠나. 다만, 문화의 코드로써 '불교에 가까운' 이라는 것일 뿐이다. 익숙한 지붕과 익숙한 향내와 익숙한 예절이 있어서 그것에 가까울 뿐. 아쉬운 것은 문화란게 내가 좇기에 버거울 정도로 빨리 바뀌어 간다는 거지. 우리 가족만 해도 불과 10년을 사이에 두고 모두(나만 빼고)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 그중 몇 분은 아주 '독실' 한 신자가 되셨다고... 난 아직도 그곳이 어색하기만 한데, 진하게 풍기는 향내. 오래된 나무기둥이 쩍쩍 갈라진 모양. 검은 기와지붕으로 스물거리는 안개. 쪽박 둥둥 띄워진 우물. 돌담에 턱괴인 늙은 개. 선선한 바람에 나풀거리며 울던 풍경. 두툼한 나무 마루에 앉아있던 오후. 그런게 조금 익숙한 탓이다. ...밤 늦도록 조용이 이어지던 연등행렬도 제목이 상당히 건방졌다. 설마 '종교 그 이상의 것'을 논할리 없건만... *군종병: 1인1종교를 강제하는 군대에서 각 종별 대표를 만들어 놓은 시스템. 여기선 주말을 편히 쉬려는 나름의 잔머리로 사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