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일 계속 수면부족이다. 예전 고 3 때 심하게 불면증을 겪었었는데, 그 때 겪었던 '불면증'과는 좀 다른 상태다. 그 시절 불면증의 원인은 12시간이 넘는 수업시간과 과도한 입시경쟁, 상위 대학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 따위가 있었을리 없고 어디까지나 수업시간 내내 퍼질러 잤던 탓으로, 수면 부족을 불러오는 스트레스성 불면증과는 거리가 멀다. 낮잠이 남아돌아서 밤에 잠이 안오는 거였을 뿐인거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괴롭기는 매 한가지. 멀뚱히 누워서 뒤척거리는 그 괴로움이란 어떤 것인지 '불면증'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몸은 피곤하다고 아성을 지르는데 이놈의 정신이 "나 여ㅤㄱㅣㅆ어요~ 좀더 놀아요~" 하고 또렷이 살아있는 꼴이란... 잠을 청하려고 양을 아무리 세어 보아도, 어느샌가 꽃순이와의 로멘스로 바뀌어있거나 아그리파의 면분할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뒤척이다 새벽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가곤 했었지. 그리곤 수업시간 내내 책상에 쓰러져 자다가 친구가 깨우면 일어나서 점심먹고 또 주구장창 자다가 친구가 깨우면 하교하곤 했었다. 그리고는 다시 불면증과의 싸움 반복...-_-;; 그 이후로 '억지잠을 청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억지로 들어누워, 울타리를 넘는 양 따위를 상상하는 것 - 그것도 너댓마리부터는 우르르 뛰어넘어서 울타리를 무너뜨리던 - 보다는 차라리 낙서를 하거나 웹서핑, 독서 따위가 훨씬 낫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독서는 잠을 부르지 않던가 -_-;; 그런데 요 몇일의 수면부족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회사에서의 오침도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수면이 부족한 피곤한 정신으로도 잠을 청하기가 힘들다. 책을 읽어도 골똘히 다른 생각에 빠져있게 되고, 누워있어도 상황은 마찮가지. 딱히 이렇다할 내용들도 아닌데 무언가 계속되는 상상을 막기가 힘들다. 예전 같으면 그 상태로의 상상이 잠든 후 꿈으로 이어지곤 했는데, 지금은 전혀 잠들지 못하고 두어시간을 뒤척인다. 상상하다 '이게 아닌데' 싶어 되돌아 누워서 또다른 상상... 왼쪽으로 누워 이 생각, 오른쪽으로 누워 저 생각..하는 꼴이다. 거기다 더해서 겨우 잠들었는가 싶으면 옆방 종벌레아저씨가 쪼로로 달려와서는 "벌써 자? 한 게임 하게에~" 발로 걷어찬다. 그러면 다시 한두 시간은 뒤척뒤척. 수면부족으로 피골이 상접해지기 전에 빨랑 외국으로 떠야겠다. 가기전에 반드시 (옆)방에 벌레 퇴치제를 뿌려놓는 걸 잊어선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