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황

Note/Talk-Talk 2006/02/04 11:53
+ - 홍대 방을 빼고 돌려받은 전세금 6,000만원을 들고 해외로 도주하고픈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뼈라도 고국에 묻으려면 빚은 갚고 나와야 했다. 덕분에 6,000은 잠깐동안 내 주머니를 허망하게 부풀려 놓은 뒤 다시 차가운 은행 금고로 돌아갔다. 이로써 다시 플러스 인생으로 돌아섰지만 가진 거라곤 박스 채로 창고에 쌓인 이삿짐과 그동안 원금 상환해서 남은 몇 백, 그리고 주머니에 묻은 6,000의 돈냄새 뿐이다.
허망한 서른...서른...서른? 근데 내 나이가 올해 몇 이더라?

+ 바이크 - 온도계 수은주만큼이나 바이크 가격도 떨어져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1100cc 바이크를 400cc가격 밖에는 쳐줄 수 없다는 황당한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그렇잖아도 평생 타려했던 녀석을 중고로 처분하려니 속이 쓰리던 참이었는데 헐값에 내어 놓으라니 덜 자란 자식 새우잡이 배에 팔아먹는 기분같아서 착찹하더라(돈 많이 주면 자식을 새우잡이로 팔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바이크 연식으로 봐서는 주인장보다 고령인 셈이지만 어쨌든 팔지는 않기로 했다. 기름 가득 채우고 캬브레터 비우고 베터리 뼌 채 마당 한 구석에 얌전히 모셔두고 나왔다.
녀석이 바지 가랑이라도 잡을 듯해서 차마 돌아보지 못했다.

+ 헤어스타일 - 석 달간 이곳에 있으면서 차마 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머리를 자르는 일이었는데, 이유인 즉슨 이곳 미용실에 머리를 맡겼다가는 목을 통채로 잘라내고 '원주민 No.23 타입'으로 교체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이었다. 이래뵈도 존심강한 대한민국 국민(의 외형)으로 남고 싶다 . 덕분에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귀국을 했더니 공항에 마중나온 친구들 왈 "어제 보고 또 보는 것같다"라는 다정한 멘트를 날리더라. 내가 평소에 이리 지저분 했드냐. -.,-;; 문제는 단골 미용실에 들렀을 때 "이번엔 다른 스타일로 해보죠"라는 담당 미용선생의 말을 너무 순진하게 받아들였다는 거다. 친구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머리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더라. '그래, 몇 달만에 들어왔으니 놀아는 주겠다'라는 표정이랄까.
아무래도 원주민 No.23으로 살아야하지 싶다.

+ 의상 - 청바지 두 벌과 반팔 둘, 민소매 둘로 버티던 생활이었지만 헤어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차마 이곳에서는 옷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이곳 사람들 특유의 디자인 센스란 도저히 소화 못하 않하고 싶은 마음에서 였는데 덕분에 이곳 친구들(원주민)은 나를 보면 냄새부터 맡아 보더라. "가정부가 매일 빨아준다고~"라는 거만한 변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정부는 있는데 옷이 없어?'라며 비웃는 안 믿는 눈치다. - 이런 디테일한 대화가 가능하던가-.,-? 아무튼 귀국해서 머리를 자르던 날 건대 거리를 지나다가 맘에 쏙 드는 스타일의 옷을 발견하고 마네킹을 홀딱 벗겨서 사 입었다. 원주민 녀석들 이제는 냄새 안 맡겠지. 그러나 한국 친구들의 반응은 역시 '그래 이번만 놀아줄께'였다.
그래, 이곳에서 살다보니 게이 스타일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 블로그 - bot을 스팸등록했더니 방문자가 1/3로 줄었다. 33%줄었다는게 아니라 33%남았다. 주가 폭락했으니 투자는 지금이 적격.-.,-;; 뭐 간단히 말해서 그동안의 방문객은 모두 기계였다는 말씀. 설마, 댓글까지 기계 따위가 달고 있었던 건가?
인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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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미루키 2006/02/04 12:07 수정/삭제/ 댓글

    전 일단 야후만 스팸 등록이요..
    다시 따뜻한 곳으로 가셨군요~
    여긴 .. 정말 느무 추워요 덜덜;ㅁ;

  2. 2006/02/04 14:05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BlogIcon 연이랑 2006/02/04 19:12 수정/삭제/ 댓글

    짧은시간에 집정리를 무리없이 하셨네요?

  4. BlogIcon akgun 2006/02/04 19:57 수정/삭제/ 댓글

    미루키// 설마 '미루키 bot'아닌거죠? -.,-;; 많이 추워졌다고 하던데... 얼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비밀 댓글// 이래서 공무원 클라이언트 하고는 일하기가 힘들다니깐.
    아니, 뭐하는 곳인지 정도는 알려 주셔야 -.,-;;

    연이랑// 제 살던 방이 쓸만하긴 했었나봐요. 사실 이사하느라고 '무리'했었는데..

  5. 상원양 2006/02/05 00:52 수정/삭제/ 댓글

    내가 스물일곱이니까...
    오빠 나보다 세살 많으니까 서른 맞잖아..?
    것두 모르냥!!

  6. BlogIcon 대마왕 2006/02/05 01:27 수정/삭제/ 댓글

    제가 열일곱이고 형이 저 보다 여섯 살 많으니까..
    음.. 이건 아닌데 -_-..
    왠지 분하군요..

  7. BlogIcon akgun 2006/02/05 15:55 수정/삭제/ 댓글

    상원양// 한창 좋을 때구나. 그래도 니들 코 찔찔거렸던 시절을 생각하면 벌써 스물일곱 이라니.
    서른이 되보니까 말이지 참 세상이 덧없더란 말이지. 너도 나이에 'ㄴ~자 붙기전에 마음껏 즐기렴.

    대마왕// 이해하렴 세상은 조금 불공평한게 있더란 말이야.
    내가 동안으로 태어날 걸 어쩌겠니. 다 생긴데로 사는 거니까 너무 분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8. BlogIcon spitart 2006/02/05 17:31 수정/삭제/ 댓글

    일본 최대의 it회사 livedoor와 같은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대학시절 단돈 6000만원으로 회사를 설립. 그 후 회사성장으로 후지티비 인수에 이어 樂&天 구단인수, 그리고 우주에 까지 펼쳐졌던 야망(기지건설과 전세계 네트웍건설)이 한순간의 물거품으로 된 '호리에'라는 사장의 모습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허나, 그의 곁을 스친 수많은 여인네들은 부럽더군요.

  9. 2006/02/05 20:05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0. BlogIcon akgun 2006/02/05 20:28 수정/삭제/ 댓글

    spitart// 충고를 조금만 일찍 해 줬더라면 6000만원 상환을 조금 늦추는 건데 말이야. 안타깝지만 모든 일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을테니 다음 기회를 기다려 보도록 하자. 그때는 '적절'하다고 믿으며 말이지. 근데 말이야. 돌아보니
    우리의 대학시절에 6000만원은 '단돈'이라 불리기에 무리가 있는 액수구나. 비단 대학시절까지 되짚지 않더라도...

    비밀 댓글// 그런 사정이 있으시군요. 언제든 필요하면, 언제든

  11. BlogIcon oopsmax 2006/02/06 00:01 수정/삭제/ 댓글

    안녕하세요. oopsbot YT No.23입니다.
    러브엔진 동결로 폐기처분된 oopsbot V-17을 대신해 롹군닷컴에 배치되었습니다.
    최신 모델이고요. 더 나은 서비스를 약속드립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참, V-17의 유언을 전합니다.
    "악군 바보~"

  12. 2006/02/06 08:53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3. zapzap 2006/02/06 10:13 수정/삭제/ 댓글

    그 머리가... 그 옷이... 그런 사연이었나;;;;


    아주 잘 어울리던데?? 잇힝~

  14. BlogIcon akgun 2006/02/06 11:49 수정/삭제/ 댓글

    oopsmax// 아직 상용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로봇이라고 판단 됩니다. 로그를 뒤져보니 제대라 할일을 하고있지 않은 듯하거든요. 프로그램을 수정하시거나 로봇의 능력에 부합하도록 적절하게 업무의 양을 줄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어쩌면 일 처리의 시간 분배 코드만 조금 수정하셔도 오류없이 작동하리라 생각됩니다만...
    V-17의 잔해라도 어떻게...-.,-;;

    비밀 댓글// 꽤나 멋진 상상이십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zapzap// -.,-;; 헤어스타일의 비하인드를 더 소개하자면... '얼굴선이 갸름해 보이는..' 이었다지.

  15. dogy 2006/02/07 12:32 수정/삭제/ 댓글

    플러스 인생 추카추카~!
    님하 부럽~ *ㅡ_ㅡ*

    오늘은 도기 귀빠진 날입니다.
    감사~.

  16. BlogIcon akgun 2006/02/07 13:36 수정/삭제/ 댓글

    좋아! 기록갱신 기념으로 죽도록 함 달려볼까?

    난 감기 걸렸음으로 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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